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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숨결' 함라산 둘레길을 가다
대자연 속 역사·문화 살아 숨 쉬는 길
삼부자집, 함라재, 봉화산, 녹차군락지 등 볼거리 풍성… 배움의 장소로 안성맞춤
우창수 기자의 '익산둘레길' 탐방기
우창수 기자 / iksanpress@hanmail.net입력 : 2011년 04월 24일(일)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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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빠르게 움직이며 변화하는 요즘 시대, 느리게 걸으며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익산시는 ‘백제의 숨결’이라는 주제로 2009년 11월 26일 익산 둘레길을 개통했다.

 제목만큼 볼거리가 풍부하고 곳곳에 역사와 문화가 남아 있어 학생들의 배움의 장소로도 안성맞춤인 둘레길. 함라산, 강변포구, 무왕길 등 3개의 둘레길 중 함라산을 먼저 둘러보았다.

■ 최단 1시간 코스

21일 아침 따뜻한 봄 햇살을 맞으며 찾아 나선 함라산 둘레길. 총 길이 23.9km, 함라삼부자집- 산림문화체험관- 최북단야생차군락지- 입점리고분전시관- 웅포곰개나루- 숭림사- 함라삼부자집으로 이어지는 전체 코스를 다 둘러보는데 걸어서 무려 8시간 10분 정도 걸린다.

웬만한 사람이 아니라면 한 번에 전부 다보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 1시간 정도 둘러볼 수 있는 코스로 함라삼부자집- 봉화산- 최북단야생차군락지- 산림문화체험관- 함라삼부자집을 정했다.

■ 보고 배우는 역사 함라 삼부자집

둘레길 초입에 자리한 함라 삼부자집(조해영, 김안균, 이배원 가옥)을 찾았다. 이들 가옥은 조선 후기 양반가옥의 형태를 거의 원형대로 갖추고 있어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자료.

가장 먼저 눈에 띈 조해영 가옥은 웅장한 모습에 연못이며 나무 등이 조화를 이뤄 한 폭의 수채화 같다.

가옥 중에서 가장 크다는 김안균 가옥은 후손들이 살고 있어서인지 안에서 문이 잠겨 내부를 둘러보지 못했으나 기다랗게 늘어선 가옥과 담장 모습만으로도 안채의 위용이 얼마인지 짐작케 한다.

이들의 가옥과 맞물린 함라 옛담장길(문화재청 등록문화재 제263호)은 전통한옥마을의 깊이를 더해준다.

이배원 가옥은 안채와 사랑채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랑채는 원불교에서 내부를 개조해 교당으로 쓰고 있다. 왼쪽에 초라하고 앙상하게 남은 솟을 대문은 안쓰럽게 보인다.  

■ 처음 만난 사람도 친구가 되는 길

마을에서 본 함라산은 우뚝 솟아있다. 해발 241m에 불과하지만 산세는 장엄해 보이기까지 한다.

마을에서 조금 오르자 깜찍한 나무다리가 보인다. 명상길이라 적혀 있다.

다리 아래로 냇물이 졸졸 흐르며 나그네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5분쯤 걸으니 널찍한 길이 나온다. 저 멀리서 어르신 5분이 내려오신다.

 ‘안녕하세요’하며 어디서 오셨는지 말을 건넸다. 한분은 성당면에서 아침 7시에 걸어서 이곳을 매일 찾는다고 했다. 또 다른 한 분은 김제에서 오신다고 했다.

5분의 어르신은 이 길을 자주 오가면서 친구가 됐고 그래서 자연스레 같이 산을 오르내린다고 했다. 길은 사람을 만나게 하는 장소이며 친구로 만든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들의 만남을 기록하고 싶어 사진에 담았다.  

■ 선조들의 애환이 담긴 ‘함라재’

평탄한 길을 걷는 데 길 위 아래로 산 진달래꽃이 화려하게 피었다. 도화지와 붓이 있다면 금세라도 그리고 싶을 정도로 멋진 풍경이다. 5분여를 오르니 양 절별사이로 나무다리가 걸쳐 있다.

표지판을 보니 이곳이 ‘함라재’다. 예전에 웅포(곰개)와 함라를 잇는 가장 짧은 고갯길로 짐꾼들이 금강을 따라 웅포항(곰개나루)에 들어온 진귀한 상품과 풍성한 농수산물을 지게에 실어 함라로 나른 선조들의 애환이 서려 있다고 적혀 있다.

또 재 아래에는 금광이 있었고 숲이 울창해 호랑이에게 봉변을 당했다던 이야기, 삼부자집을 드나들던 과객들의 사연, 함라로 학교를 다녔던 아이들의 추억 등 수많은 사연과 전설이 곳곳에 숨어 있단다.

■ 봉화산 정상에서 펼쳐지는 장관

나무다리에서 웅포 고분전시관으로 가는 제1코스와 숭림사로 가는 제2코스로 나뉘는 데 야생차군락지가 보고 싶어 1코스를 선택했다.

간간히 만나는 사람들과 인사하면서 드디어 봉화산(봉수대) 정상에 오르니 양쪽으로 풍경이 장관이다.

황사 때문인지 시야가 멀리까지 밝지는 않았지만 왼쪽으로는 광활한 익산평야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시원스럽게 펼쳐진 금강과 베어리버 골프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 녹차밭과 체험관

등산로에서 오른 쪽 임도로 향했다. 발가락 끝이 아리도록 급한 내리막을 10분 정도 내려가니 대한민국 최북단 야생차군락지가 나온다.

짙푸른 녹색차 밭을 기대했으나 아직 무성할 때는 되지 않았는지 잎이 갈색이다.

자세히 보니 가지치기를 해서 그런 모양이다.

평탄한 길에 들어서 오른쪽 숭림사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길 이름이 병풍길이다.

1분여 걸으니 왼쪽에 산림문화체험관이 보인다.

내려가 보니 다도실 등 체험 공간이다.

문이 잠겨 내부를 보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 대자연의 향연을 보며 돌아온 길

평탄한 길을 한참 걸으니 산 벚꽃이 활짝 피어 장관을 이룬다. 왼쪽에 보이는 골프장은 한손에 움켜쥘 만큼 가까이 보인다. 10여분 쯤 걸으니 오른쪽에 함라재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길을 걷는데 군데군데 돌탑이 세워져 있다. 쉬는 김에 넓적한 돌을 골라 탑 위에 얹었다. 올해도 가족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빌며….

다시 10여분 쯤 올라가니 아까 보았던 나무다리가 보인다. 함라재다. 오르막길 보다 내리막길이 관절에 더 무리를 줄 수 있어 조심스럽게 걸으며 내려 왔다.

■ 추억남기기

오후 12시를 넘긴데다 걸었던 탓에 허기가 몰려온다. 왼쪽에 ‘함라산 손두부’라는 식당이 보인다. 들어가 냉수 한 잔을 청하며 순두부를 시켰다. 땀을 빼 서늘해진 몸을 순두부로 따뜻하게 하고 나니 식당 안에 도자기 등 공예품이 눈에 들어온다. 이유를 물으니 근처에 도예과 교수님이 사신단다. 이 식당도 원래 교수가 운영했다고 했다.

주차장에 다다라 ‘추억남기기’정자 앞에 섰다. 뭐라도 적어서 빨간 우체통에 넣고 싶은데 생각이 나질 않는다.

다음에 올 때 적어 넣기로 하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산행을 마쳤다.

/우창수 기자

우창수 기자  iksan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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