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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비의 소나기를 기다리며-소현숙 익산시 여약사회장
익산신문 기자 / iksanpress@hanmail.net입력 : 2009년 06월 08일(월)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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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어느 봄날이었다. 아마 사월 말경이었을 것이다. 각종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는 수목원 산책길에서 한 나뭇가지에 맺힌 열매가 유난히 눈길을 끌며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마치 꽈리모양의 주머니처럼 보이는 갈색 꼬투리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었고 벌어진 그 꼬투리 안에는 흑진주처럼 까맣고 동그란 씨앗 한 알이 반짝이고 있었다.

빛나는 흑진주를 주머니 속에 간직하고 있는 이 나무의 이름은 무엇일 까 하고 무척 궁금한 생각이 들어서 집에 돌아와 식물도감 검색을 해보았다. 그 나무의 이름은 바로 모감주나무였다. 이 흑진주 같은 열매로 불가의 스님들이 사용하는 염주를 만든다고 한다.

모감주나무라는 이름은 닳거나 소모되어 줄어둔다는 뜻의 모감(耗減)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니 이 역시 염불을 외우며 업장을 소멸시키는 염주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게 한다. 중국에서는 즐거운 나무 또는 열매란 뜻의 이름으로 부르며, 영어 이름은 Golden rain Tree, 즉 황금비 나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리고 보통 꽃들처럼 봄철에 개화를 하지 않고 한여름에 노란색의 꽃을 피운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관찰한 모감주나무의 열매는 작년에 맺힌 열매였고 난 아직 모감주나무의 꽃을 직접 만나지 못했다. 7월경에 꽃이 핀다고 했으니 그 날 이후로 나는 산책길에 모감주나무 곁을 지날 때마나 칠월이 다가오기를 고대하며 모감주나무의 개화를 하루 하루 기다렸다. 기다림의 나날 속에 사월이 지나고 오월도 지나고 유월에 접어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산책길을 무심히 걷고 있던 나는 제법 먼 시야에서 무환자나무과밭의 나무들의 초록빛 잎사귀가 금빛 햇살에 빛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아, 기다리고 기다렸던 모감주나무꽃이 피어 있었다. 마치 요정처럼 밝은 미소를 활짝 띤 노란색의 앙증맞은 꽃송이들이었다. 조금 먼 발치에서 바라보면 이른 봄에 피는 개나리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느낌이 전혀 다른 꽃이었다. 개나리꽃이 샛노랗고 청초하다면 이 모감주나무꽃은 진한 노란색의 발레복을 입고 초여름의 환희를 춤추는 무희처럼 보였다.

꽃이 지닌 매력을 아낌없이 발산하며 온 몸으로 춤추는 요정이었다. 그동안 내가 보아왔던 꽃의 이미지가 아니었다. 내가 지금까지 보아왔고, 느꼈던 꽃의 이미지가 다소곳하면서도 기다리는 듯한 이미지였다면 이 모감주나무꽃은 꽃이 주는 열락의 환희를 아낌없이 터뜨리고 있는 듯 싶었다. 중국에서 명명했다는 ‘즐거운 나무’, 서양에서 명명했다는 ‘황금비 나무’의 자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젊은 날의 환희를 요정의 발랄한 몸짓으로 보여주는 모감주나무꽃을 보며 이른 봄에 보았던 모감주나무의 까만 열매를 떠올려보았다. 외국에서는 꽃의 형상으로 그 이름을 붙였고 우리나라에서는 열매의 형태와 연유하여 그 이름을 모감주나무라 불렀으니 문득‘삶의 환희’뒤에 오는 ‘삶의 수행’이라는 화두가 떠올랐다.

그 발랄한 춤사위로 환희를 노래하던 꽃송이들이 단단하고 까만 열매로 변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큰 아픔과 고난을 이겨냈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센 비바람에도 떨어지지 않고 흑진주로 익어간 그 열정과 인내를 볼 수 있었다. 모감주나무 밑에는 꽃이 채 열매를 맺지 못하거나 열매를 맺었어도 부실한 열매들은 비바람이 지나간 다음날에는 우수수 떨어져 있는 것을 많이 보았다.

그러나 그 고통이나 시련보다 더욱 긍정적인 화두로 다가온 것은 흑진주 열매 속에 삶의 환희가 투명하게 비춰진다는 것이었다. 그 흑진주 열매는 마치 마법의 수정거울처럼 아름다웠던 날들의 좋은 추억을 반영시켜주고 있었다. 사람들이 정신적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면 그 긍정적인 힘이 그 위기를 이겨내고 벗어나게 한다니 좋았던 삶의 시절을 떠올려보는 것도 치유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생리학자들도 말하기를 긍정적인 생각은 우리 인간의 생체에서 암세포의 발생 스위치를 끌 수 있고 부정적인 생각을 지속적으로 하게 된다면 암세포의 발생 스위치를 켜서 작동시킨다고 하니 환희의 시절을 회상하며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우리의 삶에 중요한 것인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젊은 날, 꽃의 시절에 누렸던 즐거운 나무의 열락을 단단한 열매 속에 간직하고서 다가올 성하(盛夏)에 성하(聖夏)를 선물하는 모감주나무꽃의 황금비의 소나기를 기대하며 모감주나무열매가 선물해 준 흑진주를 굴리며 즐거운 언어유희에 빠져본다.
익산신문 기자  iksan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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