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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칼럼】통즉불통(通則不痛) - 강주연
마스터 기자 / iksanpress@hanmail.net입력 : 2019년 10월 11일(금)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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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동방송 강주연 PD
ⓒ 익산신문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열심히 열정을 쏟던 직장을 강제적으로 떠나보내며 경력을 단절시키는 두려운 일이란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그 두려운 일을 난 30대 중반이 돼서야 치르게 됐다.

출산, 그리고 3개월의 출산휴가에 이은, 1년의 육아휴직 기간.

엄살을 부리며 아이 키우기가 감당이 안 된다고 조리 차원에 친정집으로 기어들어갔다.

남편은 늘 바빴고, 부모님은 막 신도시로 이사 가신 터라, 주변에 아는 사람도 없이 낯선 집에서 젖먹이 아이와 쓸쓸하고 적막한 나날을 보내게 됐다.

이렇게 우울하게만 살 순 없단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지역의 맘카페에 가입을 하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 적지 않은 나이에 아이를 낳아, 주변에 어린 엄마들과 같이 어울리기도 어색하고, 또래 친구들하고 어울리자니 대화가 안 통해, 격하게 외로움을 느끼는 언니들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6년 아이를 낳은, 35살 이상 언니들 모이세요! 우울한 언니들 환영!”
일단 저질렀다. 연고도 없는 지역에서 처음 가입한 카페를 통해 제안한 번개모임. 과연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약속대로 얼마나 모일까?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시작된 이 첫 모임의 참가자는 21명이었다.

모임을 처음 제안하고 주최한 나조차도 상상 못한 뜨거운 반응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오랜 기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신도시로 이사하면서 아는 사람도 없고, 늦은 나이에 출산을 하다 보니, 함께 공감하고 대화할만한 친구가 없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우리는 빠른 시간 안에 좋은 친구가 되었다. 이유는 잘 통(通)해서였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조용하던 모임이 어느새 활기찬 분위기로 변해갔다. 점차 모임이 활성화되고, 각자의 삶도 의미를 찾아갔다.

그녀들에겐 그저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고, 들어주고, 공감하는 소통이 필요했다. 그렇게 소통이 시작되니, 마음의 아픔은 사라졌다.

수년간 정부차원에서, 언론에서, 그리고 정규교육으로도, 우리는 수도 없이 소통(疏通)을 외쳐왔다. ‘막히지 않고 뜻이 통하며 오해가 없게 하자’는 이 단순한 원리가 왜 우리 사회에서는 통용되지 못할까?

얼마 전, 지역의 고용복지센터에서 개최한 취업희망자 대상 세미나에서 ‘직장내 소통’에 관한 특강을 부탁받았다.

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재취업을 성공하더라도 대다수가 적응하지 못하고, 여러 이유와 불화로 인해 직장을 또 다시 관두게 된다고 한다.

나이 어린 직장 상사와의 갈등, 서툰 감정표현, 변하는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언어 방식이 가장 큰 요인이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결국 한 가지,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

우리는 ‘소통을 해야 한다’, ‘소통이 중요하다’고 지겹게 말해왔고, 쉽게 말하지만, 현실에서 이론대로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보통 소통이 안 되는 이유는 들어주기보다 말하려는 욕구가 앞서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사소통은 먼저 좋은 관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간과한다. 즉, 인간 관계적인 사이가 좋다면 언어 소통에도 수용적인 자세로 서로를 용납하게 된다. 화려한 기술이나 어떤 언변의 습득 보다는 진심이 담긴 마음과 경청하려는 자세가 있다면 그것이 소통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다른 소통의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나는 세 가지로 정의를 내려봤다.

첫 번째로 타인과 잘 지내보려 하는 긍정의 마음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누군지 알아야 하고,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수용해야한다. 이를 통해 긍정의 자아 정체성을 찾을 것이고 자기 스스로를 이해할 때, 타인에게도 넉넉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두 번째는 경청의 자세가 필요하다. 단순히 들리는 것을 듣는 것이 아닌, 상대방을 궁금해하고, 상대방이 하고자 하는 말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이때, 넘겨짚거나 건성으로 듣지 말아야 하고, 정답을 줘야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다. 핵심은 눈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거리거나 진심어린 반응을 보여주는 것, 내가 듣고 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평소 집중력이 부족하다 느낀다면 간단하게 요약하여 대화 내용을 적는 것도 추천한다.

누군가는 우리 현대사회는 적자생존, 즉 적는 자가 살아남는 시대라고 했지 않던가.

그리고 마지막은 용서의 마음이 필요하다. 미운 사람과는 뭐든 하기 싫다.

실제로 미국 트리느티 대학의 해리 월라스 교수는 용서와 반복적인 잘못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실험을 했다.

친구 A와 B에게 각각 큰 실수를 하고, 둘에게 용서를 구하는 메시지를 보내게 했다. 이때 A는 용서한다는 내용의 답장을 보냈지만 B는 구체적인 용서의 여부를 표하지 않았다.

얼마 후 둘 중 한명에게 또 다른 잘못을 하게 될 때, 86%의 사람들이 용서하지 않은 친구에게 다시 잘못을 저지를 것을 선택했다.

즉, 자신을 용서해준 사람에겐 다시 잘못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이 이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아무리 어려운 대상이라도 먼저 용서하고 참아주고 품어주는 숯불사랑을 실천한다면 미안해서라도 동일한 갈등은 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더 큰 개념의 소통이 될 것이다.

독사가 몸의 일부를 물고 도망갔다면 우린 독사를 쫓아가 보복할 것인가? 아니면 먼저 독이 퍼지기 전에 몸의 독소를 빼낼 것인가? 당연히 몸의 독소를 빼내는 것이 먼저 해야할 일 것이다. 우리네 관계, 소통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갈등 앞에서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잘잘못만 따지고 형식과 의식만 강조한다면 정작 중요한 본질은 사그라들고 관계는 죽어버릴 것이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 이라고 했다. 즉 통하면 안 아프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 통함의 진리가 어디 우리의 육신뿐이겠는가. 관계와 대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젠 소통해보자. 당신의 긍정의 마음으로, 진심어린 경청하는 자세로,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용서로 주변을 살리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하며, 이젠 시작해보자! 너와 나의 소통!

*강주연 피디는 전북극동방송 FM91.1MHz 09:00~12:00 사랑의뜰안을 제작/진행하고 있다. 문의: jkang@febc.net

마스터 기자  iksan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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