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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窓】이제 달려야 할 시간입니다. 4 (남원 해평 마라톤 대회)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입력 : 2024년 05월 17일(금)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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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태규 시인
ⓒ 익산신문

언제부터인지 남원이 참 좋다. 백제 고분군을 비롯해 만인의 총, 동학농민혁명군의 활동 근거지인 교룡산성, 판소리 춘향가와 흥부가의 배경이 된 전통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고장 때문만은 아니다.

나를 닮은 젊은이가 그가 사랑하는 여인과 또 다른 나를 닮은 아이를 낳았다. 그 사람들이 남원에 터를 잡았다. 가끔 며느리가 초대한다. 올 1월에 우리 곁에 온 손주 생각이 눈에 아른거리던 차에 ‘얼씨구나’ 하고 못 이기는 척 아들네로 간다. 

4월의 복판, 아기차에 손주를 태우고 요천을 따라 산책하는 길에 남원은 온통 신록이 잔치를 벌였다.

‘사랑의 광장’에 다다랐을 때 봄바람에 나부끼는 현수막이 눈길을 잡아맸다. ‘사) 상생과 평화. 제1회 해평 마라톤 대회’. 해마다 십여 차례 방방곡곡으로 철인이나 마라톤 대회를 다니는데 생소한 이름이다. 

“아버님, 우리 저 대회 함께 나가면 좋겠어요.” 며느리가 먼저 제안했다. 운동을 즐기는 가족답게 즉석에서 참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10km와 5km 두 가지 코스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호선아, 우리는 10km 달리고 엄마하고 슬아는 예린이를 아기차에 태우고 5km 달리면 어떨까?”

내 제안에 아들이 반기를 들었다. “에이, 아버지. 이번에는 다 같이 5km 뛰면서 사진도 찍고 정식 승부는 다른 대회에서 해요.” 아내와 며느리도 한편이 돼서 아들에게 표를 모아 주었다. 소통하고 화합하는 시간을 가지면 더 의미가 있을 거라면서. 이럴 때 고집을 피워서는 안 된다. 환갑 넘게 살아보니 어렴풋이 알겠더라. 잽싸게 의견을 접었다. 

대회 주관 단체가 상생과 평화 아닌가. 가족의 평화를 위해 고집을 버리고 양보하는 것이 상생하는 길이다. 모두 5km 코스를 신청했다.

철인 운동을 한 지 20년이 넘었다. 대회가 없으면 한없이 느긋해진다. 누가 불러내지 않으면 내가 전화해서 술 마실 핑계를 만든다. 언제부터인지 대회를 앞두면 챙기는 나만의 비법이 있다. 약 보름 전부터는 모임을 만들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모임에 나가도 절대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 적어도 10시에는 잠자리에 든다. 매일 새벽 한 시간가량 땀에 흠뻑 젖는다. 여기까지가 나를 붙잡아 매는 다짐의 논리다.

출산한 지 겨우 100일을 넘긴 며느리가 5km를 완주하겠다고 장담했다. 대회 당일 새벽 기차로 남원에 도착했다. 아들네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사랑의 광장으로 함께 출발했다. 

대회장이 아닌 축제장으로 향하는 기분이었다. 아직 내가 할애비인지도 모르는 손녀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 걸음이 겅중겅중 솟구쳤다. 어느 대회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일이다. 

그날 나는 카메라 담당이었다. 마구마구 기념사진을 찍는데, 모두 입꽃이 활짝 피었다. 달리는 며느리 앞뒤에서 연신 셔터를 누르고 영상을 찍는 호위무사도 할 만 했다.

500m를 지나고 1km를 달려도 며느리가 지친 기색이 없다. 아직 몸이 온전치 않을 텐데. 곁에서 “몸 괜찮니? 절대 무리하면 안 돼. 속도 줄이고 천천히 달려.” 나만 애탔다. 

반환점을 돌아오는데 거의 꼴찌에 아내와 아들이 아기차를 밀고 걷는 듯 달려온다. 덜컹거리는 속에서 손주는 잠에 곯아떨어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 얼굴에 봄꽃이 가득했다. 

꼴찌면 어떤가. 함께 달리며 같은 골바람을 들이켜고 흐르는 땀방울을 닦아주는 것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었다. 

그날 며느리는 한 번도 걷지 않고 5km를 달렸다. 철인의 며느리, 철인의 아내다웠다. 남원이 자꾸 좋아진다. 아들과 며느리가 부르는 사랑가가 들리는 듯하다.






마스터 기자  ik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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