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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窓】찔레꽃
마스터 기자 / iksanpress@hanmail.net입력 : 2022년 06월 24일(금)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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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수 시인
ⓒ 익산신문
찔레꽃은 향기가 짙다. 코끝을 간질이는 꽃향기는 아련함으로 몰아넣고, 잔잔한 추억 속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찔레꽃은 가난을 떠오르게 하고 가난하던 시절을 질근질근 씹게 한다.

올해에도 찔레꽃은 피었다. 찔레꽃을 바라보면 찔레순 껍질을 벗겨 먹던 시절이 스멀스멀 다가온다. 달착지근하고 텁텁한 찔레순은 허기를 채워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찔레순은 찔레꽃이 피기 전에 서둘러 꺾어 먹어야 했다. 습관적으로 입에 가져가야 그나마 배고픔을 잊을 수 있었다. 찔레꽃 흐드러지던 가난한 날들의 추억이다. 

찔레꽃이 져도 찾아오는 햇살은 여전히 눈에 부셨다. 찔레꽃은 한 번에 피는 것이 아니다. 피었다 지고 또 피어나, 세 번을 피고 지고를 반복한다. 세 번을 피고 질 때까지 모내기를 끝내면 그 해는 풍년이 들어 배를 채울 수 있었다.

실바람 부는 오월의 언덕배기는 찔레꽃 향이 뒤덮는다. 어머니는 흰 수건을 쓰고 오랫동안 텃밭에 있었다. 밭 한쪽에는 대파가 하늘을 찌르고, 보라꽃을 피울 도라지가 자라고, 몇 고랑의 감자도 익어가고 있었다. 

옆 밭에는 풋고추가 홍고추가 되면 어머니의 밭은 어머니처럼 정갈하다. 시절은 알고 있다는 듯이 앞산에서는 뻐꾸기가 속절없이 울어댔다. 뻐꾸기 울음소리를 먹고 자란 뽕나무 가지에는 검붉은 오디가 슬픔처럼 익어갔다. 

그럼 어머니는 노을이 물드는 서쪽 하늘을 바라보며 지는 찔레꽃이 되었다. 어머니는 그리움이었다. 동시에 찔레꽃 향기였다. 봄날이 간다고 말하는 대신 ‘찔레꽃이 지는구나!’ 말씀하신 분이 어머니였다.

찔레꽃은 우리나라 여기저기서 한마음으로 핀다. 하나의 배달민족으로 피는 것이다. 오일장을 행하는 사람들이 한결 같이 흰옷 입고 나서는 풍경이다. 

어느 산기슭이나 똑같은 모습으로 핀 찔레꽃 무더기는 태극기를 든 독립투사다. 삼천리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함성이다. 하얗게 핀 무더기 무더기는 뜨겁다 못해 간절하다.

찔레의 새순은 바라볼수록 지난 날이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줄기 껍질을 벗겨 혀끝에 대면 낯설지 않게 다가오는 들큼함이 새롭다. 옛 찔레순은 둘도 없는 간식이었지만, 오늘의 한 입은 목구멍으로 넘기지 못하는 쓰디쓴 추억일 뿐이다. 그 시절 그 맛을 느끼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린 것 같아 서글퍼진다.

오월의 바람이 분다. 길가의 풀들은 싱그럽고 들꽃들은 하나같이 핀다. 관심을 두지 않아도 풀들은 저희끼리 위해주며 제 몫만큼 살아간다. 주어진 생에 온 힘을 다하는 삶의 한 수를 보여준다. 

살아가는 동안, 이래서 불만 저래서 불평을 한다. 모자란 것들을 채우기 위해 한 사람을 밟고 가고, 더 가지고 싶어 안달한다. 욕심은 화를 낳고 화가 모이면 결국은 끝장난다고 찔레꽃이 바람에 머리를 흔든다.

젊은 날 날밤을 새우며 새하얀 편지지에 주체할 수 없는 열정을 담았다. 보고 싶은 마음을 쓰고 또 쓰다가 찢어버린 편지가 몇 장이었던가를 아는 것은 찔레꽃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고향 냄새가 나고 그리움의 향기가 나는 찔레꽃들이 봄꽃들과 어울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있다. 찔레꽃이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된다고 생각하면 찔레꽃과 거리를 두지 말고 찔레꽃 한 송이를 가슴에 품어볼 일이다. 
                                                                          





마스터 기자  iksan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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