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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窓】콩밥 - 정성수
마스터 기자 / iksanpress@hanmail.net입력 : 2019년 08월 23일(금)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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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수 시인
ⓒ 익산신문 
아침상에 완두콩밥이 나왔다. 동글동글한 완두콩이 콕콕 박혀 있다. 초록색감이 살아있어 풋풋하고 싱그럽다. 밥숟가락을 뜨면서 나는 참 콩밥을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밥 먹는 날보다 밖에서 먹는 날이 더 많아도 집 밥을 먹을 때만은 콩밥을 먹는다.

외식으로 백반을 먹을 때도 콩자반이 나오면 늘 한 접시 더 부탁한다. 짭조름하고 달달한 콩자반은 밥그릇을 깨끗이 비우게 만든다.

콩 모양은 거의 구형(球形)부터 편평한 모양, 길쭉한 모양, 콩팥 모양에 납작한 것, 둥근 것, 밋밋한 것, 울퉁불퉁한 것, 반듯한 것, 심하게 굽은 것까지 여러 가지 형태다.

색깔은 흰색·녹색·노란색·황갈색·분홍색·붉은색·갈색·자주색·검은색까지 다양한데 한 가지 색만 띠거나 여러 색이 섞여 나타나기도 한다.

종류도 수없이 많다. 그 중 우리나라 토종 콩으로는 흰콩, 호랑이콩, 수박태, 새알콩, 칼콩, 부채콩… 등이 있다.

이런 콩들은 들어본 적 없는 낯선 이름이지만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우리 곁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콩들이다.

그런데 20년 전과 비교했을 때 토종 콩의 5%만이 남아 있는 정도로 빠른 속도로 토종 콩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콩은 ‘밭에서 나는 고기’라고 한다.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동물성단백질 섭취량이 적어 고기를 대신하는 식물성단백질로 주로 콩을 이용해 왔다.

선조들은 콩을 가공해 두부, 유부, 된장, 간장 등 다양한 종류의 식품을 만들어 먹었다. 특히 콩밥은 영양 만점에 맛도 좋다.

또한 씨껍질이 단단해 장기간 저장이 가능하다. 밥투정하는 어린 아이 빼놓고는 많은 사람들이 콩밥을 좋아한다.

‘콩밥’하면 떠오르는 게 교도소다. 죄를 짓고 교도소에 간 것을 ‘콩밥 먹으러 갔다’고 한다. 그만큼 ‘콩밥’이 주는 이미지는 나쁘다. ‘콩밥=교도소 밥’으로 인식한다.

이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말과 동의어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콩밥이 이처럼 교도소를 상징하게 된 까닭은 옛날에 재소자들에게 콩밥을 먹였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인 1936년의 형무소 식단표에 따르면 재소자에게 콩 40%, 쌀 10%, 좁쌀 50% 정도로 지은 밥을 제공했다고 한다.

20년이 지난 1957년에는 재소자의 식사 규정에서 콩의 비중이 줄어 콩 20%, 쌀 30%, 보리 50콩%를 섞은 잡곡밥이었다.

우리나라 교도소에서 1980년대 중반까지 콩밥을 주었다고 한다. 교도소에서 콩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1986년부터다.

이후 콩을 전혀 넣지 않고 보리에 쌀을 섞은 보리밥이 제공되다가 요즘은 쌀을 주식으로 하기 때문에 교도소에서 콩밥은 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교도소에서 왜 콩밥을 먹였을까? 교도소는 아무래도 반찬이 부실하다. 그렇기 때문에 영양실조에 걸리기 쉽다.

그래서 단백질이 높은 콩으로 영양소를 보충해 주는 것이라고 한다. 여건상 여러 종류의 음식을 제공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극히 제한된 공간에서 체력을 유지하려면 ‘콩밥’이 최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콩과 밥을 함께 먹으면 필수아미노산을 충족하게 되어 몸에 좋다.’라고 일반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게 아니다. 특히 일제강점기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에게 인간적 배려를 해줄리 만무하다. 당시에는 콩이 값도 싸고 구하기도 쉽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그 시절의 콩밥은 형편없는 밥이었을 것이라고 추측 가능하다.

콩밥은 지을 때 주로 검은콩을 쓴다, 완두콩밥은 4~6월에 수확하는 완두콩으로 지은 것이고 추석을 전후해서는 청대콩을 쌀에 섞어 청대콩밥을 지어 먹는다.

어떤 사람은 메주콩밥을 좋아하기도 한다. 콩밥이 맛있는 것은 쌀밥에 콩이 드문드문 섞여있을 때다.

또한 건강을 염려하면서 콩밥을 일부러 먹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콩밥이 몸에 좋은 잡곡밥으로 여기게 된 것도 최근 일이다. 그러다보니 요즘은 콩 값이 금값이다.

콩으로 만든 음식에는 두부를 비롯해서 콩나물이 있다. 두부를 처음 만들어낸 나라는 중국 한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세종 때 명나라 황제가 조선에 서한을 보내 두부를 잘 만드는 궁녀를 보내달라고 한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가 아닌가 한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콩나물을 먹는 민족이 우리 민족이다. 콩나물엔 숙취 해소에 좋은 ‘아스파트산(Aspartic酸)’이 풍부하여 주당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 외에도 콩나물비빔밥, 콩나물국밥, 순두부, 콩국 등은 우리 음식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콩의 왕국’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콩은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들이나 먹는 것이라고 인식되어 씁쓸하다.

논두렁 밭두렁에 아무렇게나 심고 주곡처럼 정성을 쏟지 않아도 되는 하찮은 곡식으로 여기고 있는 현실이다.

어떤 사람은 교도소에서 콩밥을 주는 것으로 안다. 그것은 오래된 습관으로 콩밥은 교도소에서 먹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콩밥 먹으러 갔다’는 말 대신 ‘쌀밥 먹으러 갔다’는 말이 교도소에 간다는 뜻으로 쓰이게 생겼다. 요즘 아이는 안 먹으려고 골라내기 바쁘고 엄마는 건강에 좋다며 하나라도 더 먹이려고 아이와 싸우는 밥이 콩밥이다.


마스터 기자  iksan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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