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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만큼 죽음도 축복...잘 죽어야 행복한 '내생기약'
익산신문 기자 / ikpress@naver.com입력 : 2010년 04월 12일(월)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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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말이다. 한동안 우리나라에서도 이 말이 화두가 된 적이 있었다. 말하자면 삶은 죽음 때문에 의미를 갖는다는 얘기. 28살 출가한 이래 임종 환자 돌보기에 일생을 바치고 있는 이정선 원병원 원장(63)은 이런 차원에서 선각자에 다름 아니다. 그는 이런 공로로 지난달 ‘암예방의 날’을 맞아 국가 암관리사업 유공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가 말기 암환자에 관심을 두는 것은 순전히 죽음에 대한 경외심 때문. 다음 생을 준비하기 위해 죽음도 잘 맞아야한다는 논리에 기인한다. 이 원장은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은 두려움과 고통으로 마음 가누기가 힘들다"면서 "이들을 위로할 수 있는 전문병원이 필요했다"고 소개한다. 지난 6일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 원장을 만나 그의 사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호스피스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임종을 앞두신 대산종사를 모셨었다. 그분께서 열반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셨다. 어른 말씀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받들고 싶어 생각이 미친게 호스피스였다. 특히 전체 교역자들의 말년건강을 담당하다보니 더더욱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과정이 쉽지 않았을텐데.
"그랬다. 처음 시작은 토요일 오후 시간을 활용하자는 데서 출발했다. 15년 전만해도 의료 사각지대가 적잖았다. 병원에 오지 못하는 분들 간호봉사를 하자했고, 강경 대야 등으로 다녔다. 무엇보다 말기암환자들이 주 대상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스스로 안고서는 일이 힘들다는 데 있었다. 눕혀놓고 오면 일어나지 못하고, 일으켜놓고 오면 눕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많았다. 그래 이들을 모아놓고 치료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단초가 된 셈이다."
-병원이 설립된 지 11년째라고 들었는데.
"우여곡절이 적잖았다. 일단 총부 옆에 텐트라도 치고 그들을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벽돌만 둥게둥게 쌓고 침대는 10개 정도 설치한다 해도 최소 1억이 필요했다. 일이 되려했는지 뜬금없는 이야기에도 총부 쪽에서 해보자고 했다. 허나 막상 설계에 들어가자 자꾸 돈이 불어났다. 1억 가지고는 어림없고…. 그럼에도 하고 싶은 맘이 있으니까 돈 생각은 하나도 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경영이 어려울 것 같다.
"그랬다. 의료보호환자들이 문제였다. 법규정상 이들은 입원이 안되다 보니 비용감당이 안됐다. 도무지 운영할 수가 없어 4년 전 고심한 뒤 요양병원으로 바꿨다. 하지만 언제든 당초 마음 먹은대로 임종 전문으로 돌릴 계획이다. 현재 시기를 관망중이다."
-왜 호스피스를 고집하나.
"교역자로 필요한 사람이 돼서 나왔는데 누가 가장 내 손길을 필요로 할까 생각했다. 결국 자력이 없는 환자에 초점이 모아지더라. 돌아가실 때는 누구든 도움이 필요한 법 아닌가. 또 다음 생을 위해선 이생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마땅하다. 거룩하게 살았는데 비참하게 가면 그 삶이 어떨 것인가. 이들을 돕는 게 우리의 사명인 셈이다."
-죽음이란 의미를 어떻게 보나.
"인생은 죽음까지 포함해서 봐야한다. 영생 때문이다. 잘 보내야 잘 오실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죽으면 그만이지 뭔 내생이 있느냐고 묻지만, 가보지 않았어도 미국이 있고 영국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않는가. 불교는 3생을 얘기한다. 전생이 있고 이생, 다음생을 사는 것을 윤회라고도 한다. 이생에서 잘 살고 잘 떠나야 다음생도 잘 살 수 있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하신다면.
"말에는 의미가 담겨있기 마련이다. '돌아가셨다'는 말은 암암리에 삼세를 인정하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시간적으로 보면 어제 오늘 내일과 같고, 공간적으로는 과거 현재 미래와 같다."
-어떤 식으로 운영하는가.
"영이 조용히 떠날 수 있도록 한다. 이생에서 다음생으로 넘어가는 일이니 서너달 전에 오시는 게 좋다. 삶이 축복인 만큼 죽음도 축복이다. 몸만 바꿀 따름 아닌가. 천년이고 만년이고 산다면 오늘이 도무지 소중할 수가 없잖은가. 호스피스 사업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종교는 막연히 착하게 살면 되겠거니 하지만 명심할 것이 하나 있다. 지은 복 가져가고 지은 죄도 고스란히 다음생으로 가져간다. 정치인 욕하는 것도 동참할 필요가 없다. 항상 좋은 말만 들으려하고 좋은 얘기만 하는 것이 좋다. 눈에 보이지 않으나 기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원불교와의 인연은.
"어렸을 때 옆집에 교당이 있었다. 아침저녁으로 목탁소리를 들었지만 그땐 딱히 이렇다할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28살 무렵 부산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것이다. 출가하려 그랬는지 결혼한다면 마도로스한테 가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자주 만나지 않아도 되니…(웃음)."
-두 번이나 암투병했던 것으로 안다.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난소암 3기 진단을 받았다. 또 4년 만에 재발돼 죽었다 살아나는 호된 경험을 두 번이나 치렀다. 생사를 넘나들고 나니 시가 써지더라. 가고 오는 길에 두려움이 없으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종교인들이 편안할 수 있는 것은 내생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보통사람은 사는 일만 큰일로 알지만, 지각이 열린 사람은 죽는 일도 크게 안다."

허공달

"밤 비 내린 웅덩이에/ 둥싯 달이 잠겨있네/ 그 달도 소중하여/ 애틋하게 품었더니/ 인연다해 물 마르고/ 달 그림자 흔적없네/ 아서라 애시당초/ 달 또한 없던 것을."

생사송
"이승저승 오고감이/ 넘나드는 문턱인데/ 들고 날고 하는 때에/ 한마음을 챙겨보세/ 청정무위 세운 서원/ 띠끌이긴 매한가지/ 그것마저 놓아버려/ 텅-빈 허공일제."
익산신문 기자  ik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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