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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잔꾀보다 바른 걸음이 멀리 간다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입력 : 2026년 07월 22일(수)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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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승진 황등중 교사
ⓒ 익산신문

고대 그리스의 우화집으로 전해지는 이솝우화 가운데 ‘소금을 나르는 당나귀’라는 이야기가 있다. 시대와 나라를 넘어 오늘날까지 읽히는 이유는 짧은 이야기 속에 인간의 본성과 삶의 진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매일 같이 무거운 소금 가마니를 등에 지고 시장을 오가던 당나귀가 있었다. 아침이면 주인을 따라 길을 나서고, 언덕을 넘고, 개울을 건너며 묵묵히 짐을 날랐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이었지만 당나귀에게는 그 짐이 너무도 버거웠다. ‘조금만 더 가벼우면 얼마나 좋을까’ 이것이 당나귀의 늘 같은 생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개울을 건너던 중 발을 헛디뎌 물속으로 넘어졌다. 당나귀는 당황했지만, 곧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물에 젖은 소금이 스르르 녹아내리면서 등에 실린 짐이 절반 가까이 가벼워진 것이다. 

힘겹던 걸음은 금세 가벼워졌고, 당나귀는 처음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길을 걸었다. 

그날 이후 당나귀는 한 가지 꾀를 생각해 냈다. 개울만 만나면 일부러 넘어지는 것이었다. 한 번은 우연으로 여겨졌고, 두 번째도 실수인 줄 알았다. 세 번째도 주인은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일이 반복되자 주인은 당나귀의 속셈을 눈치챘다. 당장의 편안함을 위해 거짓된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며칠 뒤 주인은 아무말없이 소금 대신 솜을 가득 실었다. 

당나귀는 그것도 모른 채 또다시 개울 한가운데에서 일부러 몸을 던졌다. 이번에도 짐이 가벼워질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솜은 물을 머금을수록 점점 무거워졌다. 처음에는 견딜 만했지만 몇 걸음을 떼기도 어려울 만큼 무게가 불어났다. 당나귀는 허우적거리며 일어서려 했지만 다리는 후들거렸고 숨은 턱까지 차올랐다. 

그제야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달았다. 당나귀는 간절한 눈빛으로 주인을 바라보았다.
늘 다정하게 손을 내밀던 주인은 잠시 아무 말 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당나귀가 자신의 잘못을 충분히 깨달았다고 여겼을 때 비로소 다가와 짐을 덜어주며 조용히 말했다. “이 녀석아. 왜 잔꾀를 부렸니? 결국 네 꾀에 네가 당한 것이 아니냐. 세상에는 쉽게 얻으려는 마음보다 바르게 살아가려는 마음이 더 귀한 법이란다.” 

짧은 우화지만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깊은 울림이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당나귀처럼 작은 성공의 경험을 지나치게 믿을 때가 많다. 한 번 요령을 부려 좋은 결과를 얻으면 그것이 지혜인 줄 착각한다. 작은 거짓말이 통하면 또 거짓말을 하고, 작은 편법이 성공하면 그것을 능력이라 여긴다. 

그러나 세상은 늘 같은 방식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어제의 잔꾀가 오늘은 가장 무거운 짐이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농촌의 작은 중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며 나는 이 우화를 자주 떠올린다. 아이들은 순수하지만 동시에 유혹에도 쉽게 흔들린다. 

숙제를 친구에게 베끼면 편하고, 시험공부를 미루다가 벼락치기를 하면 당장은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에서 과제를 그대로 복사해 제출하기도 하고, 자기 잘못을 감추기 위해 변명을 늘어놓기도 한다. 그 순간에는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거기서 배우는 것은 공부가 아니라 요령이다. 정직이 아니라 편법이다. 책임이 아니라 회피이다. 결국 그런 습관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인생의 기초를 조금씩 허물어 간다. 

반대로 성실한 아이들은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는다. 공부도 조금 느리고, 발표도 서툴며, 결과도 빨리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하루하루 자신의 몫을 묵묵히 해내는 아이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놀라운 변화를 보여 준다. 친구들의 신뢰를 얻고, 교사의 믿음을 얻으며, 자신을 믿는 힘까지 키워 간다. 

교육은 빠른 성공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바른 사람을 세우는 과정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정답을 가르치기보다 정직을 가르쳐야 하고,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보다 실패를 견디는 힘을 길러 주어야 한다. 성적은 시간이 지나면 잊히지만, 인격은 평생 그 사람의 삶을 이끌어 간다. 

농촌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자연은 가장 훌륭한 스승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봄에 씨를 뿌렸다고 여름이 되기 전에 열매를 거둘 수는 없다. 벼는 긴 시간을 햇빛과 비를 견디며 익어 간다. 서두른다고 벼가 빨리 익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조급하면 열매를 맺기도 전에 쓰러지고 만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인내는 시간을 견디는 능력이 아니라 자신을 성장시키는 능력이다. 성실은 느린 것이 아니라 가장 확실한 길이다. 

오늘날 우리는 무엇이든 빨리 이루기를 원하는 시대를 살아간다. ‘빨리빨리’ 문화는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기다림의 미덕을 잃게 만들기도 했다. 아이들조차 과정보다 결과를, 노력보다 성과를 먼저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인생에는 지름길이 없는 영역이 있다. 신뢰는 시간이 쌓여야 생기고, 실력은 반복된 연습 속에서 자라며, 인격은 수많은 선택을 통해 완성된다. 

그래서 나는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늘 이런 말을 들려준다. “조금 늦어도 괜찮다. 넘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요령으로 일어나려 하지 말고 정직으로 다시 걸어가자. 빠른 걸음보다 바른 걸음이 더 중요하다.”




마스터 기자  ik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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