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이태현 고원공간정보 부회장/전 무주부군수 | | ⓒ 익산신문 |
“부부가 살아서는 같이 늙고 죽어서는 한 무덤에 묻히는 것”
부부의 날인 5.21일이 법정기념일로 정해진 게 2007년이니 벌써 20년째이다. 많은 날 중에서 5. 21일로 정한 것은 ‘가정의 달(5월)에 두 사람(2)이 하나(1)가 된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부부란 서로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라 살아온 남자와 여자가 만나 가정을 이루고 자녀들 낳아 기르며 인생길을 함께 걸어온 사이다.
부부하면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과 ‘부부싸움 칼로 물베기’라는 속담이 떠오른다. 그러나 요즘같이 황혼이혼과 신혼이혼이 넘쳐나는 때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아름답고 멋있는 노년에 대한 토론과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노부부가 손잡고 걸어가는 모습’이 포함되어 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네 마네, 신혼부부들이 사네 마네. 한다고 해도 서로가 짝을 이루어 다정하게 살며 해로하는 것을 부러워하고 좋은 일로 여긴다.
부부가 한평생 같이 살며 함께 늙어가는 것을 해로라고 하는데, 해로동혈에서 나왔다.
‘해로동혈(偕老同穴)’은 ‘부부가 살아서는 같이 늙고 죽어서는 한 무덤에 묻힌다’는 뜻이다. 즉 생사를 같이하자는 부부의 굳은 맹세를 이르는 말이다.
남남이었던 남녀가 부부로 만나 같이 늙으며(偕老) 같은 무덤에 묻힌다면(同穴) 그보다 더 이상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금실 좋은 부부를 찬양하는 많은 성어가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해로동혈(偕老同穴)이 으뜸이다.
백년해로(百年偕老)도 있지만 같이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해로동혈을 떠올리면 마음이 훈훈하다. 부부사이에 이러한 사랑을 나눌 수만 있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러나 우리가 경험하는 이 세상에서 ‘늙어 가는 일’은 쉽지만, ‘함께 늙어 가는 일’은 쉽지 않다.
‘해로동혈’이라는 성어가 등장한 시기는 오래됐다. 지금으로부터 약 3000년 전의 중국 시경(詩經)에 나온다. 시경은 동아시아 시가 문학의 원조로 평가된다. 공자도 학업의 맨 처음단계로 생각할 정도로 중시하였다고 한다.
요즘 부부는 자녀들이 결혼 후 떠나고 단둘만이 남아서 오랜 기간을 보내게 된다. 앞으로 남은 긴긴 노년을 서로 소 닭 보듯이 살거나 서로 미워하며 살지 않으려면, 부부관계 점검에 나서야 한다.
젊어서 사이 나빴던 부부가 나이 든다고 저절로 사이가 좋아지거나 은퇴 후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난다고 갑자기 다정해지는 법은 없다.
새삼스럽게 할 말도 없고, 둘이 오래 살아서 그런지 이제는 말 안 해도 다 안다는 식의 부부가 많다. 또 말만 꺼냈다 하면 결국 싸움으로 끝나니 그저 입 다물고 사는 게 최고라고 하는 부부도 주변에서 가끔 본다.
그러나 대화 없이는 상대방의 생각과 마음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더욱이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제대로 표현하거나 전달이 잘 안된다. 그러니 부부간에는 무엇보다 대화가 먼저다.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고, 물론 내가 말을 하기 전에 상대방의 말을 듣는 훈련이 중요하다.
부부 사이에서 듣기 연습의 기본은 무슨 말이든 입에서 튀어나오려 할 때 한 호흡만이라도 참으며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그래야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럴 때 남은 인생이 서로 행복한 것이다.
혹시 가까이에 좋은 친구를 두고도 혹시 다른 데서 남은 인생길의 동반자를 찾아 헤매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라.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부부관계를 정비하고 점검한다면 오늘도 여전히 내 옆에 있는 오랜 친구인 배우자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금 나의 가장 친하고 좋은 친구로 새롭게 만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앞으로 금실 좋은 부부를 뜻하는 원앙지계(鴛鴦之契), 금슬지락(琴瑟之樂), 비익연리(比翼連理) 등의 한자 성어가 많이 사용되었으면 한다.
원앙지계는 원앙의 만남으로 부부사이가 좋은 것이요. 금슬지락은 거문고와 비파를 부부와 비유해서 부부가 조화를 잘 이루는 즐거움이요.
비익연리(飛翼連理)는 비익조와 연리지의 합성어로 부부 사이가 썩 좋음을 나타낸 성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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