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윤병화 원광대 연구교수 | | ⓒ 익산신문 | 익산시 중앙동 구도심에는 닭 요리 특화 거리인 치킨로드가 있다. 치킨로드는 익산시가 종합식품기업 하림과 함께 조성한 특성화 거리로, ‘연품닭’을 시작으로 ‘BBQ 문화점’, ‘삼남극장’, ‘꽃피우닭’, ‘BHC 익산역점’, ‘기영이 숯불 두 마리치킨 중앙점’ 등이 들어서 있다.
이곳 치킨로드의 강점은 분명하다. 매일 아침 하림에서 공급하는 신선육과 가공식품, 간편조리 제품 등을 하림 프레시마켓을 통해 접할 수 있으며, 각종 공연예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먹고, 보고, 사가는’ 미식 체험형 거리다.
이에 익산시도 ‘치맥 페스티벌’, ‘밤마실&생맥주 행사’, ‘중앙동 치킨로드 SNS 인증 이벤트’ 등을 통해 상권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소비공간 조성을 넘어 침체된 골목상권을 되살리고 축제와 결합된 문화·관광·산업 공간으로 확장하려는 도시 전략의 일환이다.
이러한 치킨로드를 보다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치킨이라는 음식의 기원과 확산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치킨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K-푸드의 상징이지만 그 역사는 의외로 길지 않다. 닭에 튀김옷을 입혀 기름에 튀기는 ‘프라이드 치킨’은 19세기 미국에서 대중화되었고, 다양한 나라의 문화가 융합되면서 여러 조리 방식으로 발전하였다. 해방 이후에는 주한미군을 통해 국내에 전해졌으며, 1977년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지하에서 ‘림스치킨’이 문을 열면서 치킨전문점 시대가 시작되었다. 이후 1980년대 대구 계성통닭과 대전 페리카나가 선보인 양념치킨을 계기로 한국형 치킨문화가 자리 잡았고, 교촌치킨, BBQ, BHC, 네네치킨, 노랑통닭, 굽네치킨, 자담치킨 등 다양한 브랜드가 등장하여 우리나라 치킨 산업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한편 치킨의 재료인 닭은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라 역사·문화적으로 큰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예로부터 닭은 새벽을 알리는 신조(神鳥)이자 마귀를 물리치는 길조(吉鳥)로 여겨졌으며, 일상 속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 존재로 인식되었다. 보다 구체적인 의미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닭은 희망을 상징한다. 『삼국유사』에는 계림이라는 국호의 유래와 관련하여 닭의 울음이 중요한 징표로 등장하며, 새로운 왕의 출현을 알리는 길한 징조로 해석된다. 또한 고구려 무용총 천장의 닭 그림, 신라 천마총의 계란 단지, 백제 고배의 달걀 껍데기, 가야 지산동의 닭 뼈 등을 통해 닭의 흔적이 확인되는데, 이는 닭이 부활과 생명의 의미를 지닌 존재로 인식되었음을 보여준다.
조선시대 민간신앙에도 닭은 희망적 의미로 사용되었다. 정월대보름 새벽 닭 울음소리로 풍년을 점치는 ‘닭 울음점’ 풍습이 있었고, 전통 혼례에서는 암탉과 수탉을 사용해 부부의 화합과 가정의 번영을 기원하였다. 더 나아가 기독교 문화에서도 닭은 중요한 상징으로 언급되었다. 성경 마태복음에서 베드로가 예수를 세 번 부인한 뒤 닭 울음소리를 듣고 회개하는 장면은 닭의 울음이 각성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닭은 깨달음을 상징한다. 불교에서는 닭을 중생을 일깨우는 존재로 보며, 『증일아함경』에는 미륵불이 출현하는 세계와 관련된 상징으로 계두왕이 언급된다. 또한 닭은 인(仁), 신(信), 용(勇), 문(文), 무(武)의 오덕을 갖춘 영물로 여겨졌는데 이는 닭이 인간의 도덕성과 삶의 기준을 상징하는 존재로 이해되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닭은 희망과 깨달음을 상징하며 오랜 시간 인간의 삶과 문화 속에 자리해 왔다. 그렇다면 오늘날 익산시 치킨로드는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쇠퇴한 구도심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는 ‘새벽의 울음’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해볼 만하다.
이번 주말 익산시 중앙동 치킨로드를 찾아 시원한 맥주와 치킨을 즐기며 닭이 지닌 역사적 의미를 함께 떠올려보는 것도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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