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한승진 황등중 교사 | | ⓒ 익산신문 |
요즘은 ‘의미’라는 말을 자주 떠올리게 된다. 열심히 살고 있는데도 문득 멈춰 서서 묻게 된다. “내가 지금 잘 가고 있는 걸까?” “이 일이 정말 의미가 있을까?” 특히 하루하루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사람일수록 이런 질문을 더 자주 하게 된다.
눈에 띄는 성과가 없고,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는 날들이 이어질 때는 더 그렇다. 괜히 지치고, 괜히 작아진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역사 속에서 의미를 만들어낸 사람들도 비슷한 시간을 통과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지도자였던 넬슨 만델라는 27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철창 안에서 보내야 했다. 겉으로 보면 그 시간은 아무 의미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낭비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그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 분노에 갇히지 않았고, 자신을 다듬는 시간으로 삼았다. 그리고 결국 한 나라를 바꾸는 지도자가 됐다.
그가 남긴 말이 있다. “나는 결코 지지 않았다. 배우거나 이겼을 뿐이다.” 이 말은 거창한 성공담이라기보다, 우리가 매일을 살아가는 태도에 더 가깝다.
성과가 없다고 느껴지는 날도, 사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이 아니다. 보이지 않게 배우고 있고,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 우리가 그걸 잘 느끼지 못할 뿐이다.
동양의 고사 가운데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한 노인이 집 앞을 가로막고 있는 큰 산을 옮기겠다고 결심한다. 주변 사람들은 웃는다. “그걸 언제 다 옮기냐”는 것이다.
하지만 노인은 멈추지 않는다. “내가 못하면 내 자식이 하고, 또 그 다음 세대가 하면 된다”고 말한다. 결국 하늘이 그의 뜻을 알고 산을 옮겨주었다는 이 이야기는, 끈질기게 계속하는 힘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중요한 건 산이 아니라, 멈추지 않는 마음이었다.
우리는 보통 결과로 삶을 판단한다. 얼마나 빨리 이루었는지, 얼마나 크게 성공했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그런데 삶의 의미는 꼭 결과에서만 나오는 건 아니다. 오히려 과정 속에서 더 많이 만들어진다. 농촌의 삶을 떠올리면 이건 더 분명해진다. 씨를 뿌린다고 바로 열매가 맺히는 건 아니다.
비가 오고, 햇빛이 들고, 시간이 지나야 겨우 싹이 튼다. 그 사이에는 아무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이 길게 이어진다. 그래도 농부는 안다. 지금 당장 보이지 않아도, 땅속에서는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우리의 삶도 그렇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하는 수많은 수고들. 그것들은 대부분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더 쉽게 “이게 무슨 의미가 있지?”라는 생각이 든다.
프랑스 작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이렇게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 말은 삶을 바라보는 기준을 바꿔준다.
누군가를 한 번 더 기다려주는 일, 포기하지 않고 옆에 있어주는 일, 아무도 몰라도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일. 이런 것들은 눈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사실은 가장 깊은 변화를 만들어낸다.
우리는 힘들 때일수록 ‘큰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뭔가 확실한 이유, 분명한 결과가 있어야 버틸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미는 그렇게 멀리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하루를 버틴 것, 맡은 일을 끝까지 해낸 것,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을 건넨 것. 이런 것들이 이미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일 수 있다.
그래서 가끔은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해도 괜찮다. “나는 지금 헛되이 살고 있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삶이 힘들고 방향이 흔들릴 때, 모든 걸 멈추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기억했으면 좋겠다. 지금의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늘의 수고는 형태를 바꿔서라도 결국 남는다.
우공이 처음 삽을 들었을 때, 그 끝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만델라가 감옥에 들어갔을 때, 그가 나라를 바꿀 거라 생각한 사람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그 시간이 의미를 만들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버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 버팀은 생각보다 훨씬 큰 힘이다.
혹시 오늘이 유난히 길고 힘들게 느껴진다면, 이 한 문장만 기억하면 좋겠다. “나는 지금도 헛되이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아직 보이지 않을 뿐인 의미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내일, 다시 한 걸음만 내디디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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