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이정임 익산시가족센터장. | | ⓒ 익산신문 | 2024년 말 기준 행안부 외국인주민 통계에 따르면 익산시에는 외국인 주민이 11,572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4.2%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36%나 증가한 수치로. 숫자만 놓고 보면 ‘외국인이 많아졌다’ 정도로 느껴질 수 있지만, 우리 일상과 지역 곳곳에서 이미 체감되는 현실이 되었다.
이와 함께 더욱 자주 떠올라 온 단어가 있었다. 바로 ‘체류 자격’이다. 여권에 찍힌 비자 한 줄, 출입국관리 시스템에 기록된 체류 자격의 유형과 기간이 한 사람과 한 가족의 삶을 뒤흔드는 사례들을 현장에서 접하게 된다.
임신한 외국인 노동자가 비자 만료로 강제 출국 위기에 놓였거나, 이혼한 결혼이민자가 국적을 얻기도 전에 체류 연장 실패를 걱정하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이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오래 정착해 살기를 바란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지역사회에서 일하고,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행정서류의 한 줄, 혼인관계증명서의 한 칸 변화가 곧 체류 자격의 변화로 이어지고, 실제 현장에서는 법과 제도의 빈틈 속에서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버티는 가족들이 존재하고 있다
가족센터 상담실에서 만난 A씨는 생계를 위해 한국에 들어와 공장에서 일하던 외국인 여성이다. 한국인 남성과 연인이 되었고 아이를 임신했지만, 남성은 어느 날 연락을 끊고 사라졌다. 출산이 가까워 몸은 일을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비자 만료일까지 서서히 다가와. 한꺼번에 밀려오는 두려움 속에서 A씨가 도움을 요청할 곳은 많지 않았다.
우리나라에는 임신·출산으로 기존 체류 자격을 유지하기 어려운 외국인이 일시적으로 체류할 수 있도록 돕는 G-1-9(인도적 체류) 제도가 이미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제도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이들이 많고, 알고 있더라도 복잡한 서류 요건과 절차 앞에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다른 B씨의 사례는 결혼이민여성으로 F-6(결혼 비자)로 한국에 들어와 한국인 남편과 가정을 꾸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남편의 폭언과 폭력이 심해졌고, 결국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다.
여기서 문제는 혼인 관계가 끊기는 순간,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결혼이민자는 체류 자격이 불안정해진다는 점이다.
가정폭력 피해자, 양육자에게 체류 연장을 허용하는 장치를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지만 언어 장벽, 서류 준비의 어려움, 복잡한 절차는 가정폭력 피해자임에도 자녀의 주 양육자로 인정받지 못했을 때는 90일 내 출국 명령이 내려지고, 이 기간 안에 체류 자격을 정리하지 못하면 역시 불법 체류자가 된다.
가족센터는 출입국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도, 법률 자문을 전담하는 기관도 아니다. 그럼에도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몰라서 일단 여기로 왔어요.”라며 위기에 놓인 결혼이민자, 외국인 근로자들이 가장 먼저 문을 두드리는 곳이다. 이런 사례들을 만날 때마다 체류 자격 상담 전문기관, 법률 지원 단체, 의료·주거·돌봄을 지원하는 지역 자원과 연결하며. 복잡한 제도와 행정 절차 사이에서 그들이 혼자 방황하지 않도록, 함께 서류를 살피고, 관련 기관에 동행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비자 만료 문제 앞에서 불안해 하는 이들, 혼인 관계와 양육 문제 앞에서 밤잠을 설쳐가며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사연은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우리 지역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재의 모습이다.
가족센터는 거창한 해답을 내놓거나 거대한 변화를 요구하기에 앞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부터 이어가려 한다. 제도의 사각지대에 서 있는 이들이 완전히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필요한 곳과 사람을 잇는 작은 징검다리로 남고자 한다.
그리고 제도의 보완과 지역의 관심이 맞물려, 이들에게 보다 안정된 정착을 돕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