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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괌 하늘에 펼친 사랑의 약속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입력 : 2026년 03월 27일(금)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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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태규 시인, 더불어민주당 익산시 갑 지역위원장
ⓒ 익산신문
우산은 뜨거운 볕을 가리고 비를 막아준다. 우리 가족이 해외에 나갈 때마다 여권 다음으로 귀한 대접을 하는 게 있으니 바로 태극기 우산이다. 

낯선 땅에서 우산을 펴는 순간, “나는 대한민국 사람입니다”라고 선언하는 셈이다. 애써 말하지 않아도 괜히 어깨가 올라간다.

몇 해 전 미국 여행에서 만난 가이드가 태극기 우산을 들고 있었다. 

관광객을 인솔하는 표식이었을 뿐인데 낯선 땅에서 태극기가 한눈에 들어왔다. 귀국하자마자 구입했다. 이후로 태극기 우산은 우리 가족 여행의 필수품이 됐다.

싱가포르에선 군침만 삼키던 현지 가이드 품에 하나를 안겨주었다. 

지난 현충일에는 군복을 입은 아들 내외와 손주가 우산을 쓰고 찍은 사진으로 ‘나라사랑 사진전’에서 상을 받았다. 

어느새 우산은 비를 막는 도구에 더해 ‘가보’처럼 대접받는 존재가 되었다.

이번 괌 여행에서도 태극기 우산은 여정의 끝, ‘사랑의 절벽’까지 동행했다. 

푸른 바다 위로 거칠게 부서지는 파도와 아득히 내려다보는 100미터 언저리의 절벽. 이곳에서 태극기 우산을 활짝 펼쳤다. 

코발트 빛 바다와 선명한 태극 문양이 대비를 이루었다. 하나라도 놓칠세라 정신없이 가족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 조심스레 다가와 말을 건넸다. “이 우산, 한국에서 가져오신 건가요?” 기념품 가게 사장님이었다. 전남 나주가 고향이라는 그는 고국을 떠난 지 벌써 33년이 되었다고 했다. 

일 년에 한 번씩 어머니가 계신 나라 모국을 찾아 친정어머니를 뵌다고 했다. “이 우산, 다시 가져가시면 안 됩니다”라는 말보다, 그 뒤에 남은 눈빛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잘 사는 내 조국이 대한민국이라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며 환하게 웃는 얼굴에 매달린 그리움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숨 한 번 고르는 사이에 머뭇거림은 설 자리가 없었다. 선뜻 우산을 건넸다. 조국에 대한 자부심을 펼쳐낼 이정표가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면서. 괌의 뜨거운 볕을 막아주던 우산이 이제는 그이의 그리움에 작은 그늘 하나쯤 되어주길 바랐다

 사장님은 연신 고맙다며 손주의 머리에 예쁜 모자를 씌워주셨다. 우산과 모자가 오가는 사이, 낯선 타국의 언덕은 정겨운 고국의 앞마당이 되었다.

우산을 건네준 사랑의 절벽에는 차모로족의 애절한 전설이 내려온다. 

스페인의 지배를 받던 시절, 차모로족 추장의 딸과 사랑하는 청년은 정략결혼의 억압을 피해 도망치다 절벽을 마주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자 그들은 서로의 머리카락을 하나로 묶었다. 죽어서도 헤어지지 말자는 지독하고도 아름다운 약속과 함께. 두 사람은 절벽 아래 거친 바다로 몸을 던졌다.

서양에 ‘로미오와 줄리엣’이 있고, 우리에게 ‘이도령과 춘향이’의 애절함이 있듯, 이곳의 전설 또한 변치 않는 마음의 가치를 말해주고 있다. 

이 무게는 고국을 잊지 않으려는 교포 사장님의 간절함과 다르지 않았다. 

머리카락을 묶고 뛰어내린 연인들의 맹세처럼, 타지에 뿌리 내린 이들은 저마다 모국이라는 마음의 끈을 단단히 묶고 살아가리라.

내가 전해 준 태극기 우산이 누군가의 그리움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었으면 좋겠다. 타국에서 마음이 시릴 때 그 삶에 군불이 되었으면 찐덥겠다. 

우리가 더 멋지고 훌륭한 나라를 만들어야 할 이유를 그 뜨거운 언덕 위에서 다시 배웠다. 

태극기 우산이 가르쳐준 것은 국경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묶는 뭉클한 사랑의 약속이었다.












 

 

마스터 기자  ik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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