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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정성주 시인. | | ⓒ 익산신문 | 거리를 걷다 보면 갑자기 소방차가 경광등을 번쩍이며 나타날 때가 있다. 사이렌 소리가 공기를 흔들고, 도로 위의 차들이 비켜설 때마다 내 마음도 덩달아 긴장한다.
화염 속에서 절규하는 목소리와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떠오르며 순간 불안을 느낀다.
불길은 순식간에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삶의 터전인 집도, 소중한 사람의 목숨마저도 앗아가 버린다. 그래서인지 삐오~삐오 돌아가는 소방차의 붉은 불빛은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붉은색은 본래 따뜻함과 생명을 상징하지만, 화마에게는 경고의 빛으로 변한다. 피의 색이 절망을 안겨주듯, 불길의 붉음 또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소방차의 불빛을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다. 그 속에는 단지 불안만이 아니라 누군가를 구하려는 절박한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뜨
거운 화염 속으로 주저 없이 뛰어드는 이들이 있고, 그들의 용기가 누군가의 생명을 구한다.
어릴 적 이웃집에 불이 났던 기억이 있다. 달려가 보니 불길은 이미 지붕을 삼켜 버렸고, 사람들은 허둥대며 물을 퍼 날랐다.
그때 소방차가 어둠을 가르며 나타났다. 사이렌 소리는 두렵게 들리지만, 동시에 그 소리가 더 늦지 않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삶을 돌아보면 불길 같은 순간들이 있다. 예기치 못한 사고, 돌이킬 수 없는 실수, 혹은 마음 깊은 곳에서 치솟는 절망. 그때마다 우리는 쉽게 흔들리고, 자신을 구할 수 없어 절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 순간을 함께하는 이들이 있었다. 가까운 가족이거나, 손을 내밀어 주는 친구나, 혹은 전혀 알지 못했던 누군가의 따뜻한 배려였다.
그들이 내게 달려와 준 순간, 나는 삶을 다시 붙잡을 수 있었다. 어쩌면 그것은 소방차가 상징하는 또 하나의 의미일 것이다.
소방차의 붉은빛은 단순히 불안만을 상징하지 않는다. 그것은 여전히 사회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자, 서로를 지켜내려는 마음의 표현이기도 하다.
누군가 위험에 처했을 때, 그곳을 향해 망설임 없이 몸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나는 소방차가 달려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두 가지 마음을 동시에 느낀다. 한편으로는 어디선가 위기에 놓인 이들을 떠올리며 불안을 느끼고, 또 한편으로는 그들을 구하러 나서는 이들의 용기에 안도한다.
삶은 언제든 불길처럼 위태로워질 수 있다. 동시에 그 불길 속에서도 인간의 연대와 사랑은 꺼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는 단순한 경고음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를 지켜내며 살아가고 있다는 뜨거운 증표처럼 들려온다.
오늘도 도시의 밤길을 가르며 소방차는 달린다.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구원의 신호이다.
사이렌 소리가 멀어질수록 나는 기도한다. 불길 속에 갇힌 이들이 무사하기를, 그리고 위험 속으로 뛰어든 소방사들이 아무 일 없이 집으로 돌아오기를 오래도록 두 손을 모은다.
그들의 헌신이 있기에 우리는 여전히 이 도시를 희망의 터전이라 부를 수 있다. 소방차의 붉은빛은 그래서 눈부신 약속이다.
그것은 앞으로도 여러 마음을 흔들어 놓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불빛을 단순히 불안으로만 보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이 서로를 지켜내려는 다짐의 불빛이며, 우리 사회가 여전히 따뜻하게 살아 있다는 증거다.
그 빛이 꺼지지 않는 한, 우리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다. 왜 붉은 것은 불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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