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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보다 국민재산 아끼는 게 우리본능"
소방의날 맞난 김승태 익산소방서장
119로 변화하면서 업무부담 배이상 늘어
휴가때도 긴장상황
기본복지 해결돼야
익산신문 기자 / ikpress@naver.com 입력 : 2009년 11월 16일(월)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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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익산신문 | |
지난 9일은 47회 소방의 날이었다.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어찌 보면 가장 소외된 사람들인 소방관. 윤제균 감독의 영화 '해운대'에서 이민기는 쓰나미에 맞서 싸우는 소방관 역할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소방관 활약상을 보여주는 영화는 이뿐 아니다. '분노의 역류' '볼케이노' '타워링' 등등. 김승태 익산소방서장(53)은 선진국으로 갈수록 화재는 더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무엇보다 사람의 부주의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0일 김 서장을 만나 소방관들의 고충과 삶을 들어봤다.
-익산이 고향이라고 들었는데.
"맞다. 지난해 1월초 발령받고 참 기뻤다. 고향에서 근무한다는 감동이 남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태어나고 청년기를 보냈던 살기좋은 고향 만들기에 적극 동참하고 싶다."
-익산의 소방상황을 소개하신다면.
"익산처럼 재난이 적은 곳도 드물다. 예년에 비해 대형화재가 감소했고, 인명피해도 많이 줄었다. 직원은 193명에 이르고, 익산 관내는 안전센터 7곳과 구조대 1곳으로 구성돼 있다. 관할지역을 분산해 배치한 상태며 2년여 펼친 소방행정에 만족한다. 앞으로도 예방행정에 집중할 생각이다."
-그렇다 해도 행정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텐데.
"그렇다. 주택이나 소규모건물 등은 화재가 빈번하나 예산과 인력이 부족해 손이 미치지 못한다. 이들에 혜택을 주었으면 좋겠으나 아직은 방법이 없다. 또 지나치게 국민생활을 규제하면 그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법의 테두리내에서 적절한 통제는 필요하다."
-이미 동절기에 들어갔다. 불조심 대책이 필요할 것 같은데.
"동의한다. 11월은 불조심대회를 갖기도 한다. 민간도 그렇지만 소방관들 역시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난방이나 온도유지 때문에 화기 취급이 늘고 에너지 소비량이 많다보니 겨울철은 화재위험도가 높다. 재난발생을 최소화하려면 대국민 홍보가 절실하다. 소방관들 역시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불은 왜 난다고 보는가.
"불은 나게 돼 있다. 예방하고 안전조치를 하기 때문에 나지 않을 뿐이다. 통계적으로 보면 선진국일수록 화재가 많다. 화산은 물론이고 정전기, 가스불을 켜둬 화재로 연결되는 인간의 실수, 불량 가전제품, 과부하, 의도적인 방화 등등 원인도 갖가지다. 불을 때 생활하던 시절 같으면 아궁이 처리나 아이들 불장난 단속만 잘하면 됐는데 요즘은 온통 불쏘시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선진국 반열에 접어들수록 예상치 못한 화재가 빈번할 수밖에 없다."
-불이 위험하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잊을 때가 많다.
"불로 인해 생명은 물론 가정이 파괴될 수 있음에도 무심하게 지나치곤 한다. 또 예고돼 있는 것도 아니고 어려움이 많다. 안전조치해도 엉뚱한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소방관들조차 진화작업 마무리 과정에서 불씨를 발견하지 못해 다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불은 철저히 경각심을 갖고 다루지 않는 한 방법이 없다."
-소방관들의 위험을 십분 공감한다. 그럼에도 용감하게 위험 속으로 돌진하는 경우를 보면 경외감이 들곤 한다.
"소방관들도 위험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 가닥 희망이라도 보이면 뛰어드는 게 우리 특성이다. 어찌 보면 본능적이랄 수 있다. 자신의 몸을 아끼기보다 위험에 처한 시민을 구하겠다는 일념 때문이다. 국민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불 속으로 뛰어드는 직원들을 보면 숭고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대단한 희생정신이 필요할 것 같다.
"직업병이랄까 아니 정신적인 문제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기지를 발휘해 사람을 구해 나오는 모습도 여러 번 봤다. 밖에선 모두 죽었을 거랬는데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처럼 용기를 발휘해 구해 나왔을 땐 자랑스럽고 행복했다. 물론 이들의 희생정신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모 여관에 화재가 났다. 어디로도 진입할 수 없는 매우 복잡한 상황이었다. 사다리차도 댈 수 없는데다 심지어 옥상까지 막혀 있는데 미처 피신하지 못한 사람에게 구명요청이 왔다. 뜻밖에도 평소 소심하고 적성에 맞지 않다고 본 구조대원이 자처했다. 밖에서는 모두 포기한 채 숨죽이며 상황을 지켜봤고, 10여분 지나자 들춰 업고 나왔다. 모두 박수치며 기뻐했던 것은 오래도록 잊을 수가 없다."
-재난 특성상 예측이 안된다. 늘 긴장해야 할 것 같은데.
"사실 휴가도 맘 편히 가지 못한다. 설령 상부허가로 갔더라도 재난·교통사고가 일어나면 즉시 돌아와야 한다. 허나 어쩌겠는가. 직업특성상 사생활보다 공익을 우선해야 함이 마땅하니…."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보다 직원들 복지문제다. 요구사항이 많음에도 예산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사실 우리 현실은 화재현장을 진압하고 와도 샤워할 시설조차 없다. 당국에 요구해도 급한 사안에 밀려 번번이 채택이 안됐다. 기본 사항임에도 해결해주지 못해 늘 안타깝다."
-119의 영역은 화재를 넘어선다. 업무 부담이 엄청날 것 같은데.
"맞다.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마땅한 처리부서가 없어 해결요청이 들어오곤 한다. 예년보다 출동을 자주하게 되니 피로도가 높고, 위험도도 이에 비례한다. 어렵고 복잡해도 나눠하면 부담이 적지 않겠는가. 인력충원은 절대 필요하다. 서둘러 3교대제가 시작돼야 한다."
-혹 취미가 있다면.
"취미랄 것도 없지만 시간이 나면 농사일을 한다. 규모는 작으나 복숭아와 매실 등 과수를 심어두고 가꾸곤 한다. 유일하게 쉼을 얻는 시간이기도 하다."
-앞으로 계획이라면.
"엊그제 입문한 것 같은데 벌써 막바지에 와있다.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직장에 보탬이 되는 일을 구상하고 실천해보고 싶다. 뾰족한 수야 없겠지만 마무리를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소방관 입문은 어떻게 이뤄졌나.
"참 묘한 인연이다. 본래 이리공고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으니 엔지니어가 될 줄 알았다. 정말 생각도 못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시험을 보게 됐고, 그게 오늘까지 발목을 잡은 셈이다."
-후회하실 때도 있으셨을 것 같다.
"전혀 그렇지 않다. 처음엔 다소 염려가 앞서기도 했으나 하다 보니 천직인 것 같았다. 타인을 위해 사는 일이 결국은 자신을 위한 삶이라는 것도 알았다."
-어렸을 적 꿈이라면.
"딱히 내세울 만한 것은 없고 단지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 이리공고에 들어간 것도 그런 배경이었다. 공고에서 배운 기술은 입문한 뒤 익힌 행정과 맞물려 소방관 활동에 큰 도움이 돼줬다." /김영애 기자 young@
<취재를 마치며>
김승태 익산서장은 과학자의 꿈을 소방행정에 쏟고 있다. 특히 이리공고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것이 적재적소에 잘 쓰인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그에 따르면 소방은 종합행정이라는 논리. 행정과 기술이 합쳐지다 보니 많은 시너지가 있다고 분석하는 것이다.
처음엔 출근 때마다 걱정하던 아내가 요즘엔 만성이 됐다는 김 서장. 가족들은 소방관들의 무용담조차 달갑게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배타적이나 자신들은 보람있는 직업으로 생각한다고 웃는다.
김 서장은 무진장소방서 서장과 도청소방본부대응구조과장, 도청소방본부소방행정과장을 거쳐 익산에 왔으며 지난해 근정포장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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