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장정남 익산여성새로일하기센터장 | | ⓒ 익산신문 |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동요 속 설날은 늘 즐겁고 따뜻하다. 아이들의 웃음과 가족의 온기가 어우러진 풍경이다.
그러나 현실의 명절은 모두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 않다. 어떤 이들에게 명절은 가족과 함께 쉬는 시간인 반면, 누군가에게는 1년 중 가장 길고 고된 ‘노동의 날’이 되기도 한다.
사회는 빠르게 변해왔다. 핵가족화와 맞벌이 가구의 증가, 비혼의 확산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일상이 되었고 명절 문화 또한 간소화의 물결 속에 있다.
차례를 생략하거나 외식을 선택하고, 명절 연휴를 여행으로 채우는 풍경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럼에도 명절 가사 노동의 무게추는 여전히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 장보기부터 음식 준비, 상차림과 뒷정리까지 명절을 지탱하는 노동의 대부분은 여전히 여성의 어깨에 놓여 있다.
최근 성평등가족부가 발표한 ‘2025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조차 가사 노동 시간에서 뚜렷한 격차를 보였다.
아내의 일평균 가사 노동 시간은 2시간 51분인 반면, 남편은 59분에 그쳤다.
평상시에도 여성이 남성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집안일을 감당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명절이 되면 이 격차가 더욱 가파르게 벌어진다는 점이다.
일부 조사에 따르면 명절 가사 노동의 90% 이상이 특정 성별에 집중된다는 결과도 존재한다.
이러한 불균형은 고스란히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소형 주방가전 브랜드 닌자(Ninja)가 2025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91%가 명절 스트레스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가장 큰 원인은 단연 ‘과도한 음식 준비와 가사 노동’이었다.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 데 드는 평균 시간은 약 6시간. 재료 손질부터 전 부치기, 뒷정리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단순한 집안일을 넘어 고된 ‘무한 반복 작업’에 가깝다.
실제로 명절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응답은 여성(44.7%)이 남성(33.8%)보다 높았으며, 육체적 피로를 호소하는 비율은 여성이 남성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명절은 본래 즐거워야 할 시간이다. 그러나 그 즐거움이 누군가의 일방적인 희생 위에 세워진 것이라면, 그것은 축제가 아니라 또 다른 이름의 부담일 뿐이다.
명절의 형식은 시대에 맞춰 변했을지 모르지만, 그 이면의 노동 구조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물론 희망적인 변화의 조짐도 보인다. 많은 이들이 명절 노동의 불균형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남성들 사이에서도 함께 참여하고 싶지만 집안의 오랜 관습이나 분위기 때문에 선뜻 나서기 어렵다는 솔직한 목소리가 나온다.
차례를 생략하거나 음식을 간소화하며 명절의 의미를 '휴식'으로 재정의하려는 시도도 점차 확산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집안일을 ‘도와주는 호의’가 아니라 ‘함께 책임져야 할 공동의 일’로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다.
명절의 본래 의미는 가족 모두의 안녕과 쉼에 있다. 이번 설에는 누군가 홀로 6시간 동안 부엌을 지키는 대신, 가족 구성원 모두가 1시간씩 일손을 나눈 시간이 되었길 바랐다.
그만큼 줄어든 노동 시간은 고스란히 가족이 함께 마주 앉아 대화하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숫자가 증명하는 불평등을 줄이는 가장 빠른 길은 거창한 제도보다, 가장 가까운 관계 안에서 보여주는 작은 행동과 인식의 변화다.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을 때, 비로소 명절은 진짜 명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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