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이태현 고원공간정보 부회장·전 무주부군수 | | ⓒ 익산신문 |
지난 4월부터 미국의 거센 관세정책 파고 속에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쳐오다가 7개월여 만인 지난주에야 마무리되었다.
미국이 예고한 25% 관세를 15%로 낮추고,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라는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는 구조로 타결되었다.
그 결과로 8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던 한국산 제품에 대한 25% 고율 관세 부과 위협을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는 일본과 EU와 동일한 수준이며, 우리나라는 반도체·제약 등 주요 산업에서도 다른 국가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최혜국 대우를 확보했다.
우리나라의 대미 총투자액은 3,500억 달러로, 이 중에서 조선업 협력 확대 차원에서 1,500억 달러, 반도체와 원전, 2차 전지, 바이오 등에 대해 2천억 달러로 결정되었다.
자금은 우리나라의 외환 보유액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투자·대출·보증 형식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또한, 국내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로 개방하지 않기로 했다. 다행이고 다른 나라에 비해 아주 잘 된 협상이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끈 것은 이재명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정부 각료와 기업들의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늘날 이러한 세계무역의 변화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 의하여 비자발적이지만 동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지금의 시대상황을 18세기에 선각자였던 연암 박지원이 설파할 말이 있다. 그는 조선 고유문화가 전성기인 진경시대(眞景時代)에 다음 시기의 쇠퇴를 예상하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한 선각자답게 ‘법고창신’을 제창한 것이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은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이다. 즉 이미 나와 있는 지난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것이다. 옛것을 익히고 나아가 새로운 것을 안다는 논어의 ‘온고이지신’보다 더 적극적인 의미다.
박지원은 지나치게 옛것에 매달리면 때가 묻을 염려가 있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점에만 매달리다 보면 근거가 없어 위험하다고 했다.
즉 법고(法古)에만 치중해 옛것에 얽매이면 고루해지고, 창신(創新)에만 정신을 쏟다보면 정체불명의 근본없는 얼치기가 돼버림을 경계한 것이다.
옛것을 본받는 일과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일은 동전의 앞뒤와 같이 맞물리면서 균형을 이뤄야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만들어낸 스티브 잡스가 “창의성이란 기존의 것을 재조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고창신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사고는 1894년 갑오경장으로 조선사회가 서구화되는 시점에서 또 하나의 변신으로 나타났으니 바로 ‘구본신참(舊本新參)’의 논리다.
옛것을 근본으로 해 새로운 것을 참고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옛것이란 조선의 전통적인 문물이고 새로운 것은 서구문물을 말한다.
법고창신은 과거와 미래를 잇는 다리다. 과거의 지혜를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과정은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가치이자 취할 태도이다.
스티브 잡스는 과거의 기술과 디자인을 재조합해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냈다.
스티브 잡스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내가 이 폰을 만들면 인간들은 반드시 내가 만든 스마트폰을 모두가 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언했었다.
세종대왕은 사랑하는 백성을 위해 전통적인 문자 체계와 어려운 한자를 쉽게 조합해서 우리 고유의 문자를 만들어냈다.
우리도 각자의 삶에서 법고창신을 실천할 수 있다. 과거를 배우고 이해하며 그 지혜를 바탕으로 현재 필요한 변화를 받아들이면, 작지만 나도 모르게 발전한다.
옛것을 통해 배워서 새롭게 창조하려는 자세와 생각을 하는 것이 진정한 혁신의 길이다.
법고창신은 정신적 측면과 물질적 측면에 모두 적용될 수 있다. 21세기 우리나라에서 AI 르네상스를 이루기 위한 문화운동의 기준은 법고창신의 정신에 두어야 한다.
그 회귀점은 18세기 조선문화 전성기인 진경시대이다. 관세 파고와 세계화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전략의 열쇠도 거기에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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