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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향으로 나란한
삼선 슬리퍼 두 켤레
죽음 한 켤레 삶 한 켤레가
엄마 집 현관을 지키고 있다
이제 그만 치우라고 잔소리해도
집안엔 남정네가 있는 것처럼 해야 한다
변명인지 고집인지 그리움인지
얼마 남지 않은 마지막 기억의 미련인지
십 년 넘게 한자리에 붙박여 있다
절뚝이던 다리로 15층에서 마당까지
쓰레기 들고 내려오던 저 슬리퍼
더 이상 늙지도 낡지도 않는
아빠의 자취다
엄마는 자꾸만 커다란 저 슬리퍼를 끌고
쓰레기 버리러 나가신다
아빠의 커다란 눈동자 같고 함박웃음 같은
보름달빛 백발 위에 얹고서
발 시린 줄도 모른 채
떠난 이의 사소한 물건 하나가 어떻게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 남아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시. 그래서 이 시를 읽고 나면 누구든 한 번쯤 집 어딘가에 말없이 머무는 ‘누군가의 부재’를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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