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강남호 원광대 명예교수 | | ⓒ 익산신문 |
화폐는 본질적으로 믿음에서 그 가치가 생성되고 화폐로서의 생명을 유지한다. 어느 나라의 법정화폐든 그 나라의 정치·경제에 대한 신뢰나 기대가 무너지면 그 나라의 지폐는 종이나 휴지로 전락한다.
1923년 독일의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그 당시 독일의 가정에서는 난방을 위한 석탄을 구매할 돈을 태우는 것이 일상화될 만큼 마르크화는 믿음을 상실했다.
2008년 짐바브웨에서는 계란 3개가 1,000억 짐바브웨 달러였고, 1경 달러짜리 지폐까지 발행되었지만 거리에 나뒹구는 화폐를 아무도 줍지 않았다.
2020년 베네수엘라에서는 인플레이션이 1,000%였는데, ‘돈을 주면 강도가 화를 내며 화장지를 빼앗아 달아날 만큼 볼리바르에 대한 믿음은 추락했다.
최근 아르헨티나에서는 200%수준에 이르는 인플레이션으로 봉급을 받는 즉시 벽돌을 구매할 정도로 페소에 대한 믿음이 붕괴되고 있다.
어떤 나라든 화폐에 대한 믿음은 그 나라의 잠재성장에 대한 믿음이고 그 나라의 정치·경제에 대한 믿음이다.
전 세계에는 약 180종에 이르는 화폐가 유통되고 있고 각 나라마다의 화폐에 대한 가치는 환율로 나타낸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미국의 1달러에 대한 원화의 교환 비율로 환율을 나타낸다. 환율이 오르면 원화의 상대적 가치가 떨어지고 환율이 내리면 원화의 상대적 가치가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2025년 들어, 한국경제는 비상계엄 사태와 미국과의 관세협상 문제로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고 이로 인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최근에는 환율이 1500원대를 향해 빠르게 상승하는 이례적인 현상으로 한국경제에 대한 믿음과 기대가 흔들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달러가 강달러이면 원화는 약세이고 미국의 달러가 약세이면 원화는 강세를 유지한다.
미국의 달러가 강세인지 약세인지는 달러인덱스로 나타내며, 대체로 100이상이면 달러 강세, 100이하이면 달러 약세이다.
달러인덱스는 주요 6개국(유로, 엔화,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통화대비 달러가치를 계산한 지표이고 일반적으로 달러인덱스가 낮아질 때 코스피와 원화가치가 상승한다.
최근 달러 인덱스는 100이하인 98-99정도인데, 원달러 환율은 1400대 후반으로 치솟고 1500대를 위협하는 뉴노멀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코스피는 1,000포인트 가깝게 상승했지만 원화가치는 급격하게 하락하는 추세이다.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수입물가가 상승하고, 외국인들의 국내 직접투자가 위축되어 경제성장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
그 동안 중국의 위안화와 원화는 커플링 현상을 보였는데, 최근에는 위안화와 디커플링하고 일본의 엔화와 커플링하는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소위 사나에 노믹스(아베처럼 확대재정정책)로 인한 일본의 엔화가치 하락(다카이치 효과)으로 설명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경상수지가 29개월 연속 무역흑자를 보이는 상황인데도 환율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다.
이유로는 미국에 연간 200억 달러로 10년간 투자해야한다는 달러공급에 대한 부정적 기대가 작용하여 기업들도 수출로 벌어드린 달러를 국내에 송금하지 않고 국내에 송금된 달러의 경우에도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달러를 사내에 비축하는 현상을 지목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서학개미들이 최근 미국의 주식을 275억 달러(약 40조원)어치 풀매수함으로써 달러가 과도하게 유출되는 문제도 주목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미국과의 무제한 스왑을 통해서라도 외환시장을 안정화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원화에 대한 믿음이 지켜지고 화폐로서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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