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정성수 시인 | | ⓒ 익산신문 |
요즘 우리 사회에서 빨리빨리 문화는 곳곳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주문을 재촉하고, 음식이 늦게 나오면 불만을 표한다. 심지어 아이들에게도‘빨리빨리 먹어라’라는 말을 습관처럼 한다.
‘빨리빨리’는 한때 우리의 산업화를 견인했던 대표적 상징이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성과를 내야 했던 개발도상국 시절, 속도는 곧 경쟁력이고, 살아남기 위한 무기였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그 시대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며,‘양이 아니라 질’이다.
과거 군대 문화에서 비롯된 단어‘우깨도리’는 빨리빨리 문화의 뿌리를 엿보게 한다. ‘각자 자기 일은 책임지고 빨리 끝내라’는 말 속에는 협업보다는 개인 책임의 강조,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담겨 있다.
이 단어의 어원은 일본어‘우케토리(受け取り)’즉‘수령하다’에서 유래되었으며, 일제 강점기의 군사문화와 행정체계 조직 문화에 깊이 침투되었다.
오늘날의 빨리빨리 문화도 이런 유산 위에 세워진 것이다. 특히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속도에 대한 강박은 더욱 심해졌다. 인터넷은 빨라졌고, 배송은 새벽에도 이뤄진다.
빠른 것들이 늘어난 만큼 우리 마음은 편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빨리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 스트레스와 번아웃Burnout으로 이어진다.
이제 우리는‘느림’속에 진짜 인간다운 삶의 가치를 다시 발견해야 할 때다. 음식을 천천히, 정성스럽게 만들고 즐기자는‘슬로우푸드Slow Food’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현실은 우연이 아니다.
패스트푸드Fast Food가 채워 주지 못한 진정한 맛과 정서적 연결을, 느리게 끓인 국 한 그릇, 함께 나누는 밥상에서 우리는 느낄 수 있다.‘천천히 먹자’는 말은 단순한 식사법을 넘어, 삶을 음미하자는 메시지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더더욱‘빨리 먹어’보다‘네 속도대로 괜찮아’라고 말해줘야 한다. 사람마다 리듬이 다르기 때문에, 아이가 스스로의 속도를 찾아갈 때 진짜 자기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천천히 자라는 나무일수록 뿌리가 깊고 튼튼하듯, 느림을 배우는 아이일수록 자기 안에 단단한 힘을 기른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빠른 보고로, 즉각적인 결과를 요구받는 문화는 직원들을 지치게 만들고, 창의성보다는 실수를 줄이는 방식에만 몰두하게 만든다. 오히려‘천천히 생각하되, 깊이 있게’일할 수 있는 환경이야말로 진짜 생산성을 키운다.
관계 역시 느려야 깊어진다. 친구를 사귀는데도, 누군가를 이해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천천히 친해지자’는 말은 서투른 인간관계를 치유하고, 진정한 신뢰를 쌓는 첫걸음이다.
무심코 사용하는 말들 속에도 변화가 필요하다.‘우깨도리’처럼 일제 군사문화의 잔재인 말이나,‘빨리빨리’를 미덕처럼 여기는 표현들은 지금의 시대와 맞지 않는다. 언어가 생각을 만들고, 생각이 행동이 되는 법. 우리가 쓰는 말부터 바꾸어야 한다.
느리다고 뒤처지는 것이 아니다.‘천천히 가도 반드시 도착한다’는 동양의 지혜처럼,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우리는 지금 빨리 보다 바르게, 효율보다 존중을 택해야 한다. 느림은 게으름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며 살아가는 방식이다.
천천히 걸어야 보이는 풍경이 있고, 느리게 살아야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결국, 삶은 속도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깊이로 완성되는 것이다. ‘Quick Quick and Slow빨리빨리 그리고 느리게’새겨볼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