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유은미 호원대학교 공연미디어학부 교수 | | ⓒ 익산신문 |
익산이 요즘 핫하다. 익산은 천년 고도의 도시다. 그러나 오늘날 익산은 미륵사지나 왕궁리 유적의 찬란한 역사보다 부정부패와 일탈로 더 자주 회자된다.
최근 드러난 간판정비사업 부정 문제와 이춘석 의원의 차명거래 사건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익산 정치·행정이 얼마나 낡고 자기 잇속에 몰두해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들이다.
간판정비사업은 도시 미관과 안전을 위해 추진됐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특정 업체 밀어주기, 공사비 부풀리기, 불투명한 계약 등 온갖 의혹이 불거졌다.
시민들은 “간판을 정비한 게 아니라, 특정인들의 배를 불린 것 아니냐”며 분노했다.
말끔히 교체된 간판 뒤에서 흘러나온 뒷거래 냄새는, 차라리 간판에 “이 사업으로 누가 얼마 챙겼습니다”라고 적어 붙이는 게 더 솔직하겠다는 조롱까지 낳았다.
이춘석 의원의 차명거래 사건은 지역 정치의 민낯을 드러냈다. 시민들은 그를 지역을 위한 일꾼으로 뽑았는데, 돌아온 건 주식 차명계좌로 이익을 챙긴 배신이었다.
그는 억울하다고 했지만, 정작 억울한 건 시민들이다. 한 표에 희망을 걸었던 이들은 허망하게 배신당했고, “정치인은 다 똑같다”는 냉소만 커졌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익산은 언제까지 이런 부패 드라마를 재방송처럼 시청해야 하는가.
간판정비사업이건 차명거래건, 본질은 같다. 권력을 쥔 자들이 시민의 세금을 사익으로 전환하는 구조다. 더 뻔한 건 시민들이 잠시 분노하다가 금세 체념한다는 점이다. “익산은 원래 그렇다”는 자조가 곧 또 다른 부패의 씨앗이 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건들이 반복될 때마다 내놓는 대책이 근본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수의계약 기준을 1,500만 원으로 제한한다는 식의 대책은 실질적 부패 방지책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사업을 잘게 나누어 쪼개기 계약을 남발하는 빌미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지 않는 한, 금액의 기준선만 조정하는 대책은 보여주기식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근본적인 변화다. 사업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계약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며, 시민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말단 직원이 아닌 책임 있는 위치의 인물까지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책임이 흐려지는 순간, 부패는 다시 되풀이된다.
시민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민주주의는 선거일 하루로 완성되지 않는다. 일상의 참여와 감시가 함께할 때 비로소 권력은 공적 책임을 다한다.
언론과 시민단체는 지속적인 감시 기능을 수행해야 하며, 시민들 역시 관심과 참여를 통해 정치와 행정의 변화를 견인해야 한다.
간판을 바꿨다면, 정치와 행정도 바뀌어야 한다. 시민의 돈은 시민의 눈앞에서만 쓰인다는 원칙이 세워지지 않는 한, 익산의 부정부패는 간판처럼 몇 년마다 새 옷만 갈아입으며 살아남을 것이다.
익산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변화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시민의 감시와 참여, 행정의 투명성, 정치인의 도덕성이 함께할 때만 가능하다.
간판만 깨끗해진 도시가 아니라 속까지 깨끗한 도시, 그것이 익산이 가야 할 길이다. 천년 고도의 자부심은 화려한 문화재에만 있지 않다.
바로 지금, 우리가 어떤 도시를 만들어 가는가에 달려 있다. 이제는 간판이 아니라, 정치를 바꿀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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