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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날처럼 침묵을 두르고
밥을 먹으며 생각했다
외로움은 일인분의 식사가 아니다
사인용 식탁의 빈자리들이다
그리움은 인간을 본뜬 석고를
보며 그린 소묘를
또다시 베끼는 일이다
그걸 베끼고 또 베끼다보면
언젠가는
추상적인 동그라미 몇 개만 남게 될 것이다
식기를 치우면
책상이 되기도 하는
식탁 앞에 앉아
닫힌 창문을 보며 창밖을 그렸다
그릇을 씻고 덜 마른 손에
동그라미가 번져서
무언지 알아볼 수 없었다
식탁은 많은 기억을 갖고 있다. 사각의 기억, 뭉개진 기억, 깨진 기억, 끓어 넘치는 기억, 뒤집힌 기억, 끝내 지울 수 없는 기억까지. 식탁은 언제나 친근하게 우리를 불러 자리에 앉게 하지만, 끝내 돌아오지 않는 식구도 있다. 함께 앉아 있지만, 우리는 서로를 잘 알아볼 수 없을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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