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유은미 호원대학교 공연미디어학부 교수. | | ⓒ 익산신문 |
익산의 위기는 통계로도, 골목의 적막감으로도 확인된다. 해마다 줄어드는 인구, 텅 빈 점포, 노령화율의 가파른 상승은 더 이상 ‘언젠가 다가올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위기를 해결할 정치적 상상력과 실천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지방이 미래’라는 메시지를 거듭 내세우고 있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 주도의 산업 혁신과 정주 여건 개선에 예산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이런 의지는 정책 현장에서 자주 희미해진다. 결국 지역 정치가 중앙과의 협상력을 갖추고 구체적인 예산과 입법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면, 그 모든 선언은 공허한 구호로 남을 수밖에 없다.
최근 익산에는 이런 점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났다. 이춘석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 한병도 의원이 예산결산특별위원장에 각각 선출됐다.
법사위원회는 국회 모든 법안의 관문으로, 지역 발전에 필요한 법적 기반을 다루는 핵심 상임위다. 예결위원회는 국가 예산을 최종 심사하고 조정하는 ‘돈줄’을 쥔 자리다.
익산이 한꺼번에 이 두 요직을 맡은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그러나 시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단순한 ‘명함의 무게’가 아니다. 이제부터 이 자리를 어떤 실질적 결과로 연결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법사위원장으로서 이춘석 의원은 지역 현안을 법안으로 구체화할 책무를 안고 있다. 농산업 혁신, 청년 지원, 노인 돌봄 인프라 확충,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 등 그동안 말로만 논의되던 계획을 실현 가능한 입법과 제도로 바꿔야 한다.
익산이 ‘도시 재생’이라는 이름으로 보여주기식 사업에 머물렀던 지난 사례들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지역의 필요에 부합하는 법안을 성실히 설계하고 통과시키는 것이야말로 법사위원장의 정치적 책무다.
한병도 의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예결위원장은 정부 예산안과 추경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자리다. 중앙정부의 정책 방향이 아무리 바람직해도, 지역 예산이 실질적으로 배정되지 않으면 현장은 움직이지 않는다.
익산은 그동안 여러 개발계획이 예산 부족으로 좌초됐다. 농식품특화산단, 청년 창업센터, 주거복합단지 등이 대표적이다.
시민들은 한병도 의원이 예결위 수장으로서 이 과제를 해결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 이제 지역 예산확보에서 또다시 ‘수도권 벽에 막혔다’는 변명은 설 자리가 없다.
더불어, 지역 정치가 정부의 정책 기조를 단순히 수용하는 데 머물러서도 안 된다. 이재명 정부의 ‘지역 중심’ 철학을 얼마나 이해하고, 지역 현실에 맞게 구체화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느냐가 관건이다.
지금 익산에는 이를 이끌 인재와 전략이 필요하다. 낡은 관료주의와 정치권의 사적 이해관계에 얽매인 인맥만으로는 새로운 국면에 대응하기 어렵다.
청년 정책 전문가, 산업기획 전문가, 농촌혁신 기획자 등 다양한 역량을 가진 인재를 발굴하고, 협력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오랫동안 정치권에 몸담아온 인물’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역 정책이 지속성을 갖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익산은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 10년 뒤에도 ‘소멸 고위험 도시’라는 이름이 계속 붙는다면, 그 책임은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정치인이 온전히 져야 한다.
그리고 시민 역시 무관심과 체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치인을 감시하고 평가하는 시민의 눈이 있어야만 지역정치도 긴장을 유지할 수 있다.
예산 확보, 입법 성과, 공약 이행률 등 모든 지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따져 물어야 한다. 지방 소멸에 맞서는 일은 결국 정치와 시민의 공동 책임이다.
익산은 지금 마지막 기회의 문 앞에 서 있다. 이 문이 열릴지, 닫힐지는 더 이상 중앙정부의 몫만이 아니다. 정치가 성실히 책임을 다하고, 시민이 냉철하게 지켜볼 때, 이 도시에는 다시 한 번 생명력이 깃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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