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한승진 황등중 교사 | | ⓒ 익산신문 |
우리는 어려서부터 많은 동화를 접했다. 이중 대표적인 것으로 신데렐라와 백설공주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들은 대개 동화가 그렇듯 이른바 권선징악(勸善懲惡)의 구조이다. 즉 악한 사람은 벌을 받고 착한 사람은 성공한다.
필자도 오랜 세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이 이야기들을 활용했다. 그러다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들 동화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아이들에게 적합한 교훈이기보단 문제점을 안겨주는 것만 같았다.
신데렐라와 백설 공주는 지나치게 남자에게 의지해서 행복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그것도 여성의 외모가 매우 중요함을 드러낸다. 얼굴이 예쁘니까 남자들이 좋아하고 왕비로 삼았다.
만약 안 예뻤으면 어땠을까? 신데렐라나 백설 공주도 왕자가 아내로 맞이해서 성공한 것이다. 얼굴이 예쁘니까 왕자님이 첫눈에 반했다.
사실 이 두 이야기 말고도 전래동화에 나오는 많은 여자 주인공들의 공통점은 얼굴이 예쁘다. 그리고 자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꼭 무슨 초능력으로 일이 해결되거나 멋지고 힘센 남자들에 의해서 문제가 해결되고 높은 사람이 된다.
그러니까 이런 동화를 많이 보면 여자들은 얼굴이 예뻐야 한다고 생각을 할 수 있다. 남자들도 예쁜 여자들을 아내로 얻으려면 왕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동화를 봐도 비판적으로 봐야 할 때가 있다.
필자는 백설 공주나 신데렐라 같이 남자에게 의존하는 얼굴 예쁜 여자보다는 우리나라 사람이면 대부분 잘 아는 평강공주 이야기가 더 좋다.
평강공주는 자기를 희생해서 남을 높게 해 준 여자였다. 다른 사람의 평가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한 여자였다.
필자의 대학시절 은사님인 고 신영복 선생님은 자신의 책 ‘나무야 나무야’에서 평강공주를 극찬했다.
그렇다. 신영복 선생님의 말대로 평강공주는 완고한 신분의 벽을 뛰어넘어 미천한 출신의 바보 온달을 선택했다.
그 선택은 결코 쉬운 게 아니었다. 당시 고구려 왕실의 혼인구조와 관례를 뒤집는 파격이었다.
그 당시 혼인은 남녀의 사랑이 아니라 부모나 집안의 필요에 의한 혼인동맹의 성격이 강했다.
즉 평강공주는 자신의 아버지가 왕권강화와 안정을 위해 정해준 혼처에 따라야 한다. 그 혼처는 왕족이나 귀족일 것이다. 아주 오랫동안 이렇게 혼인이 이루어졌고 이를 따름이 곧 성공의 길이었다.
평강공주는 공주라는 신분에 걸맞게 고관대작의 집안에 시집가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이런 탄탄대로가 보장된 이른바 금수저였다. 이를 따름은 매우 쉬운 일이었다.
평강공주는 이렇게 쉽고 편한 길을 마다하고 어렵고 힘든 길을 가겠다고 결단한 것이다. 이 길은 그 누구도 가 보지 못한 길이고 반대와 저항이 만만치 않은 길이었다.
부모의 뜻을 거역한 평강공주는 공주의 지위를 박탈당하고 만다. 그저 자신의 배필을 자신이 결정한 것이 큰 죄가 된 것이다.
태어나면서 지금까지 편안하게 살았던 왕궁에서 쫓겨났고 부모형제도 없고 시중드는 이도 없는 곳으로 떠나야만했다.
모든 게 주어진 환경에서 모든 걸 해결해야 하는 난관에 부딪히는 삶이어야만했다. 바보 온달의 집은 왕궁과는 비교조차 안 되는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살림살이였다.
놀라운 것은 평강공주의 희생과 헌신으로 바보 온달은 온달 장군으로 바뀌었다. 그렇다. 평강공주의 삶은 과거를 뛰어넘고, 사회의 벽을 뛰어넘고, 자기를 뛰어넘었다.
어찌 보면 평강공주는 참 어리석은 사람이다. 공주라는 유리한 조건에서 마땅히 누릴 수 있는 권력과 명예와 재산을 갖춘 남편을 선택할 수 있었다.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사람을 선택할 자유와 권한과 자격이 충분했다.
그러나 공주는 놀랍게도 아주 딱딱하게 굳어버린 신분의 벽을 뛰어넘어 낮고 우습게 여겨지는 출신의 바보 온달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랑과 정성으로 최선을 다하고 낮고 부족한 출신인 바보 온달을 용맹한 장군으로 일어서게 했다.
공주는 부모가 정해주는 결혼 상대자를 거부하고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여 실천했다. 그 선택과 결정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평생 함께할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으로 인해 행복하게 될 사람을 선택한 것이다.
평강공주야말로 자라나는 세대에게 소개하고 강조할 위대한 인물인 것 같다. 우리 젊은 세대가 평강공주와 같이 주체적인 자기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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