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유은미 호원대학교 공연미디어학부 교수rn | | ⓒ 익산신문 |
인구감소가 지속되면서 지방대학의 위기는 점점 가중되고 있다. 그래서 다수의 지방대학들은 만학(晩學)과정을 개설하여 인생의 제2의 진로를 설계하고 건강한 노년의 생활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함께하고 있다.
올해 우리 학과의 최고령 신입생은 78세이다. 입학하게 된 경로는 SNS에 표시된 학교 광고를 보고 스스로 지원하였다. 생활의 활력을 일으키기 위해 온 것이 주된 사유다.
만학과정을 오랫동안 운영하다보니 학문을 익히기 위해서도 있지만 은퇴 후 삶의 동력을 찾기 위해 입학한 사례도 다수이다.
학사과정을 통해 시니어들의 삶을 들여다보니 은퇴 후 사회에서 존재의 가치를 찾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경우를 다수 보았다. 그래서 우울감과 상실감을 심각하게 겪으면서 학교를 통해 이를 치유하고 새로운 삶의 활로를 찾아가는 모습을 목격하였다.
우리 사회에서 ‘퇴직’은 흔히 휴식과 여유의 시작으로 여겨진다. 수십 년간 직장과 사회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 이제는 일에서 벗어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막상 직장을 떠난 후, 많은 시니어들은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이한다. 그것은 경제적 문제도, 건강 문제도 아닌 ‘무위(無爲)’라는 보이지 않는 적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오는 공허함과 삶의 목적 상실이야말로 시니어들의 삶을 서서히 침식하는 가장 큰 위협이다.
일은 단순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자아실현의 장이며, 사회와 연결되는 중요한 통로다. 수십 년간 일정한 리듬으로 움직이던 삶이 하루아침에 멈추면, 그 자리는 공허함이 차지한다.
처음에는 여행을 다니거나 취미생활을 즐기며 자유를 만끽하지만, 그것도 잠시. 시간이 지나면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뒤따른다.
이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면 삶의 활력을 잃고, 심한 경우 우울감과 무기력감에 빠진다.
무위는 단순한 심리적 문제를 넘어 신체적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연구에 따르면, 규칙적인 일과가 없는 사람들은 신체 활동이 급격히 줄어들며, 이는 각종 성인병 위험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
또한, 사회적 고립이 지속되면 치매 발병률이 증가하고, 정신 건강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지속적으로 사회활동을 하고, 정기적인 목표를 가진 사람들은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더 오래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은퇴 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삶의 질을 갉아먹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위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역할’을 찾는 것이다.
은퇴 후에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은 다양하다. 봉사활동을 통해 사회와의 연결을 유지할 수도 있고, 자신의 경험을 살려 멘토링이나 강연을 할 수도 있다.
창업이나 취미를 직업으로 연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핵심은 ‘목적 있는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다.
또한, 배움의 자세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새로운 기술을 익히거나, 관심 있는 분야를 깊이 있게 공부하면 지적 호기심이 자극되며 삶의 활력이 생긴다.
최근에는 시니어를 위한 온라인 강의나 평생교육 프로그램도 많아져, 쉽게 배움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삶은 결국 ‘움직임’ 속에서 지속된다. 무위에 빠지는 순간, 삶의 에너지는 점차 소멸된다.
은퇴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진정한 휴식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능동적인 삶을 사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시니어들이 ‘무위’라는 덫에서 벗어나 다시금 활기찬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사회도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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