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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떠난 밤, 바다는 글자 잃은 시집이다
등대는 기린 눈망울을 껌벅이며 애처로이 수평선을 바라보고
누가 맨발로 물 위를 위태롭게 걷는 소리
바람이 어린 삵처럼 방파제를 넘어와 민박집 방문을 긁어댄다
홑이불 잠을 걷고 문을 열면
첫눈이다 점점이 너의 입술이다 희디흰 숨결들
죽어서 차고 흰 해풍이 된 물고기들, 공중에서 공중을 놀고
내 영혼은 지금,
천천히 해저로 가라앉는 무쇠 닻
사랑의 입말은 핏물 다 빠져나간 짐승의 마른 혈관이다
해저처럼 외로운 잠
네 알몸처럼 내 살 곁에 누워 바스락거리는 어둠
새벽녘,먼 지층으로부터 여진처럼 울려오는 찬 물소리
첫사랑이 떠나고 바닷가 민박집에 누운 화자, 지금 그에게 “바다는 글자 잃은 시집”입니다. “애처로이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는 등대가 자신의 처지와 다르지 않다고 느껴집니다. “바람이” “민박집 방문을 긁어”대고 아픈 마음을 달래려 문을 열어 보니 첫눈이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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