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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대문 앞에 와 구걸을 하던 동냥아치가
마당에서 놀던 어린 내게
등을 내밀자
내가 얼른 그 등에 업혔다고
누나들은 어머니 제삿날에 모여
그 오래된 얘기를 꺼내 깔깔거리고
내가 맨발로 열무밭 앞까지 쫓아가
널 등에서 떼어냈단다
오늘도 어김없이 남루한 저녁은
떼쓰는 동냥아치처럼 대문 앞에 서서
나를 향해 업자, 업자
등을 내미는데
정말 나는
크고 둥글던 그 검은 등에
덥석,
다시 업힐 수 있을지
‘검은 등’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으나 그것을 예민하게 감각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다. 그것을 감각하거나, 그것에 감응하거나, 그것에 매혹된 사람의 일부가 예술가가 된다. 예술가는 늘 여기 없는 것을 보고, 그리고, 희망하는 사람들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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