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이태현 고원공간정보 부회장·전 무주부군수 | | ⓒ 익산신문 |
농가성진(弄假成眞)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중국 송나라 철학자였던 소옹(邵雍)의 ‘농필음(弄筆吟)’에 나오는 글귀이다. ‘거짓된 것을 놀려 진짜인 것으로 만든다’는 뜻이다.
공자는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행동하지도 말라”고 ‘비례물언 비례물동(非禮勿言 非禮勿動)’이라 가르쳤다. 모두 거짓이 아닌 참된 말이라도 조심하라는 뜻인데, 사실이 아니거나 장난스럽게 행동하고 말한다면 용서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말이 씨가 된다’는 게 있다. 늘 말하던 일이 사실대로 되었을 때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뒤따르니 농담이라도 역시 조심하라는 말이다.
장난삼아 한 일(弄假)이 실제로 이루어진다(成眞)는 농가성진(弄假成眞) 사자성어도 같은 뜻이다. 다시 말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한 일이 뚜렷한 결과를 가져오게 한다’고 풀이된다.
이와 관련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 나온다. 적벽대전에서 조조를 물리친 손권이 형주를 차지하려는데 그 땅은 유비가 이미 차지한 상태였다.
손권은 주유와 함께 미인계를 시도하기에 이른다. 절세의 미인인 자신의 누이동생을 유비의 배필로 준다고 꾀어 오게 되면 인질로 잡을 계획이었다.
즉 늙은 유비를 아리따운 자신의 누이와 혼인시키자고 꼬드기고 형주 땅과 교환하려고 한 것이다. 유비를 속이려고 작정한 셈이다.
이에 유비는 제갈량의 계책대로 손권의 모친을 먼저 뵙고 허락을 받았다. 그 중간에 제갈량이 손을 쓰고, 손권의 모친 또한 유비를 좋아해 결혼에 대한 소문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실제 혼사가 성사되고 말았다.
손권은 농담 삼아 한 말이 실제로 되었으니 이 일을 어떻게 되돌리겠소(不想弄假成真 此事還復如何)?”라며 크게 후회했다. 손권은 주유와 함께 거짓으로 시작된 미인계가 제 꾀에 넘어가 군사까지 잃은 것이다.
결국 손권은 차지하려던 형주도 놓치고, 누이도 잃고 세상의 웃음거리가 돼버린 것이다.
우리나라도 말의 무게를 실감하는 일화가 있다. 고구려의 온달장군도 거짓으로 한 말의 덕을 봤다. 평원왕의 딸이 어릴 때 자주 울자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낸다고 한 말을 듣고 왕불식언이라며 제 발로 찾아갔던 것이다.
여기서 나온 고사성어가 바로 농가성진(弄假成眞)이다. ‘거짓으로 한 말이 실제로 이뤄졌다’는 뜻이다. 유비나 온달 등의 경우는 장난스럽게 한 말의 덕을 본 경우다.
하지만 별 생각 없이 한 말이라도 듣는 사람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웃느라 한 말에 초상난다’는 말이 있으니 조심할 일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러한 의미의 속담이 있다. 미국에서도 ‘어떤 말을 만 번 이상 되풀이하면 반드시 미래에 그 일이 이뤄진다’는 말이 있다.
또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도 같은 뜻이다.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우리의 무의식 속에 씨를 뿌리고 성큼성큼 자라나 열매를 맺는다는 얘기다.
우리가 뱉은 긍정적인 말은 긍정의 꽃을 피우고, 부정적인 말은 부정의 꽃을 피우게 돼 있다. 특히 자신에 대해 내뱉은 부정적인 말은 스스로에게 하는 예언일 수 있다.
“당신이 뭐 할 줄 아는 게 있어.” 혹은 “내 팔자가 그렇지”라는 말들이 씨를 뿌리고 부정적인 열매를 맺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오싹해지곤 한다.
가까운 동료나 후배, 가족들에게 무심코 뱉은 말들이 그들의 인생에 뿌리내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그러니 ‘나는 훌륭한 사람이고 나는 무엇을 해도 성공하고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다’라는 주문을 외워보자. 또 아끼는 사람들에게도 주문을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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