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유은미 호원대학교 공연미디어학부 교수 | | ⓒ 익산신문 |
필자의 인생에 있어서의 첫 기억은 피아노 의자에 발이 닿지 앉은 채 다리를 동동거리며 언니들과 즐겁게 피아노 치는 풍경이다. 등 뒤로는 따뜻한 난로위에 주전자에서 수증기가 나오면서 겨울인 듯하지만 그 기분과 공기는 매우 따뜻한 느낌이다.
‘응애’하고 태어난 순간을 기억할 수 없지만 다행히 내 인생에서의 첫 기억은 아름답고 따뜻한 것이 매우 감사하게 생각된다.
그 기억 이후로 필자는 예술을 떠나서 살아본 적이 없다. 그냥 숨을 쉬듯이 다양한 예술 활동을 경험하며 지금도 그러한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때로는 음악을 배우거나 즐기고, 다양한 조형과 미술활동을 하며, 건강과 심리적 안정을 위해 무용을 배우고 즐기면서 말이다.
어느 한 예술가와 이러한 삶을 이야기를 나누면서 예술을 사랑하며 즐기는 나의 이러한 삶이 부럽다고 하였다.
‘예술을 업으로 하는 예술가가 더 행복한 거 아닌가요?’ 반문하니 본인은 즐기기보다는 숱한 경쟁에서 이겨야 해서 어렵고 극복해야 할 스트레스에 더욱 가깝다고 하였다.
생각해보니 즐길 수 있었던 건 이겨야 하는 대상이 없었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만 극복해야 한다는 게 있다면 지루하고 힘든 연습을 빠지지 않고 몸을 일으켜 연습장에 나가야 하는 내 자신의 몸뚱아리 정도일 뿐이다.
최근에는 나태해진 일상과 건강을 바로잡기 위해 아침운동으로 발레(Ballet)를 선택했다. 발레에서의 첫 기본은 보조 도구인 바(Bar)를 잡고 몸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몸을 바로 세우는 일은 매우 지루하고 반복적인 연습을 해야만 가능하다. 몸의 전반에 걸쳐 근육이 고루 잡혀야 하고 그 근육들이 조화를 이루어 축을 세웠을 때 비로소 몸의 균형이 맞아 반듯하게 설 수 있다.
가장 기초적이지만 평생을 쉬지 않고 훈련해야만 그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것이 되었을 때 우리가 미디어에서 보는 발레리나처럼 토슈즈(Toe Shoes)라는 것을 신을 수 있다.
토슈즈는 발을 보호하고 지탱해 주기 위해 종이, 섬유 등으로 여러 번 덧대어 단단하게 만든다. 그래서 발레리나들은 새 토슈즈를 받고 처음 하는 일이 길들이기이다.
사람마다 발과 발등의 모양이 제각각이다 보니 정형화되고 딱딱한 토슈즈는 발에 맞지도 않고 부상을 당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 토슈즈를 길들이기 위해서는 딱딱하게 굳어져 있는 부분을 두들겨 부셔야 한다.
이때 망치를 사용하거나 단단한 바닥에 수십 번 내던져 부딪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또한 찢고 자르고 구부리며 자기 발에 맞도록 부시는 과정을 겪어야만 내 몸과 하나가 되어 아름다운 춤을 출 수 있다.
처음 이러한 광경을 보았을 때 아까운 새 신발을 헌것으로 만드는 것이 아깝기도 하고 충격적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경험을 하고 나니 두드리고 부서질수록 그 아름다움은 더욱 빛을 바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서지고 찢겨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없다면 딱딱한 틀에 갇혀 새로운 변화도 성장도 없을 것이다.
발레처럼 지루한 바로 세우기랑 고통스러운 길들이기가 있어야만 아름다운 예술로 탄생하는 것처럼 말이다.
앞으로도 찬란하게 빛날 내 인생을 하나의 거대한 예술로 만들기 위해 부서지고 넘어지고를 수없이 반복할 것이다. 하지만 평생을 예술을 즐겨온 것처럼 이 역시도 작품을 만드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연습과 훈련을 멈추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수없이 반복되어 쌓였을 때 우리의 삶의 균형은 최고점이 될 것이다. 온 몸의 균형이 딱 맞아 발끝으로 서는 아라베스크(Arabesque) 동작에 사람들이 박수를 보내는 것처럼 언젠간 우리의 인생도 그러한 정점이 올 것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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