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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송태규 시인 | | ⓒ 익산신문 | 세상에나, 3월이 되더니 여기서는 매화가 터지고 저기서는 산수유가 몸을 풀었다고 난리였다.
지난 3월 17일, 서울마라톤 대회에 다녀왔다. 무슨 짓을 하고 사는지 이번 마라톤 대회 날까지 봄꽃 한번 제대로 볼 여유가 없었다. 바깥나들이라고는 고작 새벽 달리기 연습 때뿐이었다.
그나마 꼭두새벽에 나가서 달리는 길은 온통 흑색이어서 꽃이 피는지 지는지 분간조차 하기 어려웠다.
새해를 맞이하면 누구는 소박한 소망을 이루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른 이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삶의 변화를 꿈꾸는 이른바 작심(作心)이다. 이처럼 굳게 먹은 마음을 사흘을 넘기지 못하고 흐지부지하는 일을 비아냥거릴 때 작심삼일이라는 말을 쓴다.
이 말의 유래를 살펴보자면 고려 시대에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이라는 속담이 있었다. 조정에서 하는 정책이나 법령이 사흘 만에 바뀐다는 뜻이다.
이 속담이 조선 시대로 이어오면서 ‘조선공사삼일(朝鮮公事三日)’로 바뀌었다. 둘 다 한번 시작한 일을 지속하지 못할 때를 꼬집는 표현이다.
나도 해마다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운다. 글쓰기를 게을리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1년에 내 이름을 단 책을 한 권씩 내자는 목표를 세웠다. 또 하나가 내 의지를 불태우는 3월 서울마라톤 풀코스 완주다.
이번 대회는 겨우내 흘린 땀방울의 무게를 다는 날이다. 올해는 대회를 준비하면서 부상에 시달렸다. 풀코스를 완주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풀코스 거리를 두서너 번은 달려야 한다.
대회를 3주 앞두고 별 무리 없이 30km를 달렸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는 조급함이 남았고 한 주가 지난 뒤 20km를 달린 후 결국 탈이 났다. 자고 나니 오른쪽 무릎이 시큰거리고 걷기조차 힘들었다.
잘 아는 원장님들을 찾아다녔다. 한방, 양방, 무릎 관절에 좋다는 쇠무릎 환, 거기에 벌침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아픈 내색을 하면 주변에서는 이제 그런 힘든 운동은 그만두는 게 좋겠다고, 아예 그만두라고 입을 모아 쌓는다.
나는 생각이 다르다. 새해 처음 출전하는 대회에서 태엽 풀어진 인형이 되기 싫어 매일 몸에 태엽을 감아 주었다. 어느 구름에 비 들었는지 모른다는 말처럼 간절했다.
그 마음이 통했는지 아니 모든 구름에 비 들었는지 대횟날 거짓말처럼 통증이 사라졌다.
광화문 앞에 늠름하게 서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을 바라보며 혼자 읊조렸다. 나는 대회에 참가만 하려고 서울에 온 게 아니다. 역경과 고난의 장벽은 극복하고 넘어서라고 있는 것이다.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레이스를 끝내는 것이 내가 나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이번에 전화로 걱정 반, 격려 반 해주신 분들이 계신다. 대회 앞두고 불러내서 잘 다녀오라고 든든한 한 끼를 장만해주신 한 분, 또 한 분도 계신다. 서울까지 다시 익산까지 동행하고 엔진이 꺼질 무렵 홀연히 나타나 함께 달려준 철인 아우들.
풀코스 길이 멀고 무거웠지만, 이 모든 것이 나를 지켜준 원동력이다. 세상은 참 따뜻하고 내가 이분들 정을 갚기에는 갈 길이 멀다.
‘할아버지의 튼튼한 다리와 뜨거운 심장을 책임지는 1등 손녀가 되겠습니다.’ 사랑하는 며늘아기가 지난 1월 초 우리에게 온 손녀 사진에 멋진 글귀를 담은 펼침막을 보냈다.
손녀 얼굴을 볼 때마다 앞으로도 부상 없이 인생 풀코스를 완주하는 모습을 그린다. 남쪽에서는 이미 봄꽃이 자취를 감추었다고 하지만 그날 울긋불긋 그리고 샛노란 꽃들이 서울 한복판을 달렸다. 종착지 잠실 경기장 주변은 온통 축제장이었다.
나도 해마다 그 자리 한쪽을 차지할 수 있으니 참 감사할 일이다. 내가 나에게 보너스를 두둑하게 주고 싶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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