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전 초등학교 교장 김숙자 | | ⓒ 익산신문 |
작은아이 5살 되던 해, 숨이 턱턱 막혀 등엔 땀이 흠뻑 젖고, 퇴근길은 몹시 멀게만 느껴졌다. 대문 안에 들어서자 “엄마, 이거 봐, 이게 뭐야?” 아이는 마당 한쪽에 갈라진 틈 사이로 돋아난 여린 잎 하나를 쪼그리고 앉아서 유심히 관찰? 하고 있었다.
“그냥 풀이야, 들어와!” 더위도 모르고 얼굴에 땟물이 자르르 흐르는 아이는 이름도 모르는 풀 한포기를 그저 신기한 듯 보고 만져보고 바닥에 엎드려 얼굴을 맞대고 있었다.
형을 불러 화분에 심자는 것이다. 이름 모를 풀 한 포기. 아이의 눈에 신기하고 아름답게 느껴졌으리라. 우리 주변에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석양에 비치는 노을, 새벽안개에 싸인 산등성이, 에메랄드 바닷물과 반짝이는 모래사장, 맑고 드높은 가을 하늘과 황금빛 들녘, 논두렁을 장식하는 코스모스들, 하얀 눈에 빛을 더하며 밤하늘을 수놓은 잔별들을 아름답다고 외치며 두 손을 짝짝 두드리지 않는가?
그 뿐인가? 저녁노을 머금은 풀잎 이슬, 울긋불긋 물들인 낙엽으로 장식한 산줄기, 마술 같은 솜씨로 가꿔진 공원의 조각 작품이 우리의 시선을 멈추게 한다.
소나기 멈춘 서쪽하늘에 드리워진 무지개, 배추 잎에 달라붙은 조그만 달팽이가, 아니, 늦가을 감나무에 빨갛게 매달린 감이 아름답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샛노란 은행잎, 빨간 단풍잎, 대나무 숲과 갈대밭 사이에서 부르는 소슬바람 자연은 온통 아름다움으로 이루어졌다.
아름다운 것이 자연뿐인가? 새해 색동옷에 코고무신이며, 오색찬란한 성탄 촛불, 밤바다를 수놓는 등대와 야경, 잰 걸음으로 등교하는 교복 입은 소녀, 새근새근 잠자는 아기모습, 강인함과 집념으로 얻어낸 우승선수의 환한 미소를 볼 때 마다 그 아름다움은 어디에도 비 할 수 없다.
새장 속에서 뽐내는 공작과 조잘대는 앵무새가 아름답고, 결혼식장에서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은 새신랑신부, 백발의 노부부가 손을 꼭 잡고 산책하는 모습도 얼마나 아름다운가?
5살 아이가 낯선 풀 한포기를 화분에 심자고 한 까닭을 알았다. 그가 바라본 풀 한 포기는 그에게 필경 아름답고 신기하고 귀한 존재였을 것이다. 아름다움은 개개인의 취향이나 성격에 따라 달리 보이며 감정 표현도 각기 다를 것이다.
진정 아름다운 것은 어떤 것일까?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 외에 또 다른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겉으로 보이는 가시적인 아름다움이란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하나의 매개체로 때와 장소, 바라보는 사람의 기준에 따라 느낌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가시적인 것들이 아름답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늦게나마 아름다운 것이 어떤 것인가를 터득하게 되었고, 세상과 사회를 바라보는 눈의 척도를 감지하게 된 것이다.
꽃과 나무, 산과 들, 하늘과 땅, 풀벌레, 구름, 바람 이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세상을 구성하는 아주 작은 일부분이다.
거대한 우주 속에서 소소한 자연의 아름다운 것들을 감히 나열해 본 나의 부족함과 경솔함이 부끄럽다.
이제 우리는 진정 아름다운 것들이 옥석에 가려져 숨겨 있음을 알게 되었고, 아름다움에 대한 범주를 넓혀 찾아내고 인정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숨겨진 아름다움을 낱낱이 찾아 기억하고 되새긴다면, 맑고 밝은 세상에서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삶을 영위하리라 믿는다. 이 세상은 온통 아름다운 것들로 이뤄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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