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유은미 호원대학교 공연미디어학부 교수 | | ⓒ 익산신문 |
익산을 조금 벗어나 자연과 어우러진 카페에 가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들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카페 의자에 앉아 가만히 앉아있다 보면 기분이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자연을 포함한 보기 좋은 경관과 아름다운 설치물들이 가득이다.
거기에 더해 적당한 천장높이, 사람들과의 적절한 간격, 코끝을 자극하는 달큰한 향기 등 기분 좋은 여러 요소가 더해져서 편안하고 자꾸만 찾고 싶은 매력적인 공간임을 우리에게 강력하게 어필한다.
어떠한 공간에 개인적 취향에 따라 자주 반복해서 가다보면 그 공간은 익숙해지고 나름의 추억이 쌓이게 되는데 이러한 것들이 중첩되다보면 나만의 특별한 장소가 되기도 한다.
장소는 지역의 일부라는 국지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역사적, 문화적 변화와 함께 새롭게 발생하고 형성되어 고정되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추가와 소멸을 거듭하는 역사적 요소를 갖는다.
장소는 공간이 지니는 물리적 속성 이외에도 특정활동과 상업성을 포함하는 사회 문화적 성격을 내포하는 개념으로서 도시설계나 환경계획 분야에서도 사용하기도 한다.
공간이 실제론적 측면에서 객관적·물리적 실체라면 장소는 관념론적 측면에서 인간의 인식체계에 의해 측정되어지고 인지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결국 공간이 생명을 가지고 영속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특별한 가치를 지닌 장소가 되어야 한다. 장소는 인간이 존재하는 이상 가장 직접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며, 친밀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그러므로 장소에는 인간의 감성에 대한 호소와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치밀하게 구성된 이야기가 필요하며, 그 이야기의 구성 위에 디자인이 결정되게 된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도시계획을 보면 이러한 치밀한 구성과 이야기는 빠진 채 물리적 공간을 넓히고 크게 만들기에만 집중한 나머지 그곳이 특별한 장소가 되는 것에는 아무런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필자는 익산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 바로 왕궁리 유적지 일대이다. 익산을 방문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언제나 추천한다. 그런데 계절마다 방문하기 좋은 시간대를 추천해준다.
봄에는 벚꽃이 피는 밤에, 여름엔 비가 적절하게 오는 날 수로를 따라 걷기, 가을날 바람이 선들선들하게 부는 밤 등 같은 공간이어도 계절에 따라 매력이 극대화 되는 시기를 달리해서 정보를 전달해준다.
그래서 우리 부부에게는 기분 좋은 야간 데이트를 하는 특별한 장소가 되었다. 또 언젠가는 영화를 제작하는 지인이 익산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눈이 조금 내렸던 겨울밤이었는데 저녁약속까지 시간이 잠깐 남아 미륵사지를 둘러본 적이 있었다.
그날 그 차가운 공기와 별 그리고 약간 쌓인 눈이 어우러져 너무 멋진 경험을 했다고 한다. 돌아가서도 그 시간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냥 평범한 낮에 갔으면 미륵사지가 그렇게 멋진 공간임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많은 것이 있어야 좋은 공간과 장소가 되는 것이 아니다. 채우기보다는 때로는 비우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지금 익산시의 도심은 많은 아파트와 주상복합 주거시설의 건축이 한창이다.
인구 소멸을 막고 새로운 인구 유입을 위해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물리적 방법을 쓰고 있다. 그 필요성을 전면 부인하거나 부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공간들이 일시적으로 만들어 졌을 때 과연 지속가능하게 머물고 싶은 장소가 될 것인지는 의문이 많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공간의 매력을 더해 살고 싶고 머물고 싶은 익산을 만들기 위한 시작을 하였으면 좋겠다.
그 첫 번째는 불편하더라도 전문가와 시민들의 이야기에 진정성 있게 귀기울이는 것이다.
서늘한 가을밤에 자꾸만 가고 싶은 왕궁리 유적 일대처럼 모두가 마음과 머리를 맞대어 머물고 싶은 도시 익산을 만드는데 함께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