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이태현 고원공간정보 부회장·전 무주부군수 | | ⓒ 익산신문 |
지난해 7월 국민의힘 전 대표였던 이준석이 개인 SNS에 윤석열 대통령과 당 지도부를 겨냥해 ‘양두구육’이란 고사성어를 울려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로 인해 당원권 정지 1년의 징계를 받았다.
양두구육(羊頭狗肉)이란 ‘양(羊)의 머리를 걸어 놓고 개(狗)고기를 판다’는 「현양두매구육(懸羊頭賣狗肉)」이란 말을 줄인 것이다. 한마디로 값싼 개고기를 비싼 양고기로 속여서 판다는 얘기다.
양두구육. 이 말은 <항언록>에 나온다. 춘추시대 제나라 임금인 영공은 어여쁜 여자에게 남자의 옷을 입혀놓고 즐기는 별난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궁중의 이 같은 놀이는 곧 궁 밖의 백성들에게까지 퍼져 나갔다. 궁 밖에서도 남장 여인들이 늘더니 제나라의 모든 여자들이 다투어 남장을 흉내 내게 되었다. 이에 놀란 영공은 부랴부랴 남장 금지령을 내렸다.
하지만 궁궐 안에서는 여전히 임금과 남장 여인들이 희희낙락 즐기고 있었다. 이 소문이 궁 밖으로 전해지자 남장 금지령의 효과가 있을 리 없다.
임금이 금지령이 지켜지지 않는 이유를 묻자, 안자는 “폐하께서 궁중 안에서는 남장 여인을 허용하시면서 궁 밖에서는 금하시는 것은 마치 양의 머리를 문에 걸어놓고 안에서는 개고기를 파는 것과 같습니다. 이제부터라도 궁중 안에서 여자의 남장을 금하소서”라고 했다.
영공은 자기 실수를 깨닫고 안영의 말대로 하자 남장 풍속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 고사에서 유래한 ‘양두구육’은 겉은 훌륭해 보이나 속은 그렇지 못한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바꾸어 말하면 속임수를 쓰지 않고 모범을 보이라는 말로 겉과 속이 같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양두구육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을 때 쓴다. 즉 겉으로는 훌륭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얄팍한 이익을 챙기는 것이다.
광고는 훌륭하지만 실제로는 품질 낮은 것을 파는 격이다. 굴비도 ‘영광굴비’라고 해놓고 중국산 수입 굴비를 파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딸기가 맛있게 보여 사왔는데, 상자를 열어보니 잘 보이는 윗줄의 딸기는 빨갛고 싱싱하지만 아랫줄의 딸기는 작고 뭉개져 있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또 좋은 물건을 간판으로 내걸어 두고 나쁜 물건을 판다거나, 겉으로 보기에는 훌륭한데 내용이 그만 못하는 것을 가리켜 흔히 우리는 ‘양두구육’이라 한다.
그런데 최근 양두구육과 같은 일이 우리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선량한 정치인으로 포장하고 출발했다. 하지만 정치를 오래 하면서 흙탕물에 젖어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례를 많이 목격했다.
지금의 정치인들에 대해 혐오감을 갖는 이유는 할 일은 하지 않고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고 당론에 매몰돼 국민은 안중에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국민들의 신뢰를 잃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요즘 들어와 진보와 보수라는 진영논리에 빠져 더 진흙탕 싸움으로 애꿎은 국민만 애간장이 녹는다. 뉴스를 접하는 마음이 매우 착잡하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가장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집단이 되어가고 있다.
이 고사에서 배울 점이 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점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것이다. 윗물이 흐린데 어찌 아랫물이 맑기를 바랄 것인가. 이를 상탁하부정(上濁下不淨)이라 한다.
윗사람이 자세가 바르고 모범을 보여야 아랫사람이 따라 배우는 것이다. 효자 집안에서 효자가 나오는 것이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양두구육하면 누구나 법적제재를 받게 되어 있다. 부정을 저지르고 국정을 농단하고 국고를 탕진하면 대통령도 옥살이하고 탄핵을 당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아무리 권력이 높다 하더라도 응분의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이제는 정직하고 청렴한 정치인과 사회지도자들이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시대가 되었다.
명분과 공익보다는 사리사욕만을 챙기는 이중적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에게 본보기가 되고 겉과 속이 일치하는 정치인이 많아지길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