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송태규 시인, 교육학 박사 | | ⓒ 익산신문 |
해마다 여러 번 철인3종 대회에 나가는데 유독 전날 밤에 가슴이 설렌다.
알람을 맞춰 놓고 자다가 깨어 보면 한밤중이다. 애써 잠을 불러보지만, 토라진 부부처럼 몸과 마음은 따로 논다.
까칠까칠한 눈으로 물품을 챙긴다. 철없는 남편 덕분에 덩달아 아내도 잠을 못 이루고 새벽 밥상을 차린다.
지난 5월 12일부터 20일까지 우리 고장에서 열린 2023 전북 아시아태평양 마스터스대회 철인 경기에 참가했다.
남들은 지금도 그런 운동을 하느냐고, 이제 그런 힘든 운동은 그만두라고 걱정스럽게 말한다. 거창하지만 내 몸을 혹독하게 달궈야 육신과 영혼의 건강을 유지한다고 믿는다. 하긴 근 20년이 다 되는데 내 영혼은 만날 속고만 산다.
그래도 나에게 철인3종은 내 신체의 능력이 언제까지, 어디까지인지 깨닫게 하는 숭고한 작업이다.
준비하는 과정은 지나온 발자취를 돌아보고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모두 덤이다.
14일에는 수영과 사이클 그리고 마라톤 세 종목을 연달아 마쳐야 하는 트라이애슬론 스탠다드 종목(수영 1.5km·사이클 40km, 달리기 10km)에 참가했다.
며칠 전 전주 MBC TV 방송국에서 나를 주인공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마침 이번 대회에 참가한다니 좋은 그림이 되겠다며 촬영팀이 함께했다.
전날 훈련하는 모습과 대회 당일 장면을 담느라 카메라가 곁에 붙어 다녔다. 시도 때도 없는 인터뷰와 대회 준비하는 데 정신을 뺏겼다.
첫 종목인 수영 출발대에 서면 온갖 생각에 머리가 복잡하다. 많은 선수가 동시에 출발하면서 치열한 다툼을 벌여야 한다.
옆 선수 손과 발에 차이기도 하지만 의도치 않게 다른 선수에게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모두 고의성이 없으므로 이것을 이겨내야 하는 일도 커다란 재주다. 고민과 걱정도 잠깐이다.
물에 몸을 담그는 순간 화살은 시위를 떠난다. 돌이킬 재주가 없다. 그저 숨을 고르고 팔을 내저으며 거친 호흡에 욕심을 담아 날린다.
이제 사이클 40km가 기다린다. 고개를 네 바퀴 왕복해야 한다. 언덕에 오를 때는 쇳소리가 절로 나온다.
여길 네 번이나 돌아야 한다니 아뜩하다. 하지만 내려가면서 맞는 바람이 말도 못 하게 상쾌하여 흘린 땀방울을 보상해 준다. 이때 내리막이라고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예상하지 못한 대형 사고가 도사리고 있으니 말이다.
부지런히 페달을 밟다 보니 이러구러 달리기만 남았다. 진이 빠지고 지친 걸음을 옮겨야 한다.
한 종목만 마무리하면 된다고 스스로 채찍을 먹이다가 지금까지 잘 버텼다고 위로를 보내기도 한다.
순간순간 내 안에 숨어 있던 악마가 타협하자고 혀를 내민다. 내가 나를 믿고, 응원하는 가족을 떠올리며 앞 사람이 버리고 간 길을 되짚어 달린다.
대회 마지막 날인 20일에는 듀애슬론 스프린트 (달리기1st 2.5km·사이클 20km·달리기2nd 5km) 경기가 열렸다. 수영 종목이 없고 지난 대회보다 코스가 짧지만, 결코 만만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코스가 길면 긴 대로 짧으면 짧은 대로 모든 선수가 최선을 다하기에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 어느새 환갑을 넘겼으니 하는 일도 없이 나이만 먹었는가 보다.
60대 이상 연령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행복을 맛보았다. 이 나이 먹고도 멋지게 대회를 즐길 수 있어서 여간 다행인 게 아니다.
고비가 올 때마다 몸에 각오를 새긴 사람은 시간이 약이다. 곁에 함께 달려 줄 이가 없다고 외로워지려는 자신과 타협하지 않으면 그가 주인공이다.
많은 분 덕분에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두고두고 갚을 일이다. 한낮의 뙤약볕을 받은 붉은 장미 한 송이 내 가슴에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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