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임미성 이리모현초등학교장 | | ⓒ 익산신문 |
사람은 독서를 통해 많은 것을 얻습니다. 지식과 정보 뿐 아니라, 만남과 대화의 기회도 얻습니다.
저자와 독자의 만남과 대화가 가능한 것은‘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보이지 않는 그 너머를 상상할 수 있는 고등 정신 기능인 ‘읽기’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독서의 핵심은‘만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저자의 생각과 삶을 만나고, 그 안에서 사유하는 독자 자신을 만나며, 궁극적으로는‘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이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을 때 전에는 발견하지 못한 어떤 문장이나 심상이 새롭게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만나기도 합니다. 과거에 대한 성찰과 함께 미래의 나에 대한 새로운 그림을 그리게 되기도 합니다.
챗GPT가 그야말로 핫(hot)합니다. 이 생성형 인공지능의 위력은 단순 검색을 넘어 마치‘사람과 만나서 대화’하듯이 우리의 질문에 곧바로 자연어로 답을 한다는 데 있습니다.
외로운 어르신들이 사람과의 대화가 그리워 인터넷 tv‘지니’에게 계속 말을 건다는 슬픈 농담이 생각납니다. 사람이 아니지만 누군가 나의 말과 질문에 귀기울여주고 바로 응답해주는 것은 무척 매력적인 일입니다.
저도 챗GPT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교육에 어떻게‘활용’할 것인가가 주된 관심사입니다.
이 훌륭한 도구인 챗GPT는 사실과 진실만을 말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대답도 달라지고, 거짓말도 잘 합니다.
게다가 사과도 곧바로 잘합니다. 매우 훌륭한 기술의 결정체이지만, 인간으로 태어나 자기 자신과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 기쁨과 슬픔, 소통과 협력, 불통과 거절을 체득하며 인간다움으로 성숙해가는, 피와 살이 있는 인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챗GPT에게 물었습니다.“곧 출간할 내 책 제목을 '날아라, 고등어!' 로 하려고 하는데, 이 제목을 먼저 쓴 사람이 있을까?”곧바로 답이 돌아왔습니다.“'날아라, 고등어!'는 김훈 작가의 작품으로 2019년 한국문학대상을 받은 작품입니다.”라고 했고, 제가 찾아본 결과 그 답은 거짓말이었습니다.
일본에서는 90% 이상의 학생이 챗GPT를 활용해 글쓰기 과제를 해서 문부과학성에서 학습 악영향을 우려하여 최근‘챗GPT 교육 현장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경향신문 2023.4.6.)
글을 읽고, 쓰는 것은 생각의 지평을 넓혀가는 일입니다. 유연한 사고의 틀을 확장해가는 일입니다. 인공지능을‘활용’하여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현재의 상태에서 초등교육에서는 쉽게 다가설 수 없는 지점이 많습니다.
초등교육 시기는 글자 기호를 음성기호로 바꾸는 해독과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을 새롭게 정리하며 글을 읽고(독해),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쓰는 문해력(literacy)을 배우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독서는 함께 읽기여야 합니다.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이 책을 통해 만나고, 대화하는 형식이어야 합니다. 혼자 읽고, 혼자 이기는 독서는 없습니다.
인간은 책을 읽는 존재인 호모 리디쿠스(Homo Readicus)이기도 하지만 내면적 자아나 타인과의 소통과 관계를 열망하는‘함께 읽는 존재’인 호모 콘리디쿠스(Homo Con-Readicus)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 교실에서, 사무실에서, 휴대폰 대신 책을 들고 읽고,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함께 읽기는 힘이 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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