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세림약국 약사 소현숙 | | ⓒ 익산신문 |
지난 주말 사월의 숲에 다녀왔습니다. 5월초까지 산불예방주간이라서 등산은 하지 못했지만 계곡주변을 거닐며 숲속의 야생화를 만나보고 올 수 있었어요.
완주군 불명산 화암사 계곡에는 야생화들이 곳곳에 피어있었는데, 야생화들의 이름을 들어보실래요?
꽃마리꽃, 큰개별꽃, 미나리냉이, 족도리꽃, 윤판나물꽃, 말발도리꽃, 소영도리꽃, 애기똥풀꽃, 구슬붕이꽃, 제비꽃, 현호색꽃, 산괴불주머니, 양지꽃, 봄맞이꽃이 옹기종기 소담스럽게 피어있었습니다.
꽃마리꽃은 옅은 하늘색으로 피는 꽃인데 아주 작고 예뻐요. 꽃말은 ‘나를 잊지 마세요.’라고 해요. 물망초꽃과 꽃말도 같고 모양도 비슷해요.
어느 시인은 ‘도르르 말려있는 꽃봉오리 마음을 닮아 연분홍인데, 설레는 가슴 피어보면, 아무도 보지 않는 서러움에 하늘을 좇아 파란색이다.
서있는 사람들은 결코 만날 수 없는 작은 꽃, 그래도 버릴 수 없는 노란 꿈을 부여안고, 실바람에도 꽃마리 가로 눕는다’라고 꽃마리꽃을 노래했답니다.
개별꽃은 계곡의 응달에서 새하얀 꽃잎과 자주빛 꽃술로 피어나는 예쁜 꽃인데, 별처럼 빛나는 꽃이라고 별꽃이라 불러요. 별꽃의 꽃말은 은하수라고 해요. 물이 흐르는 계곡주변에 은하수처럼 피어있어요.
현호색꽃은 새들이 모여서 노래하는 모습으로 피어나며 약용식물로 쓰인답니다. 현호색의 학명이 코리달리스(Corydalis)인데 종달새라는 의미예요.
봄날에 지저귀는 종달새를 닮은 현호색은 경련을 멈추게 하는 진경작용이 있어서, 복통이나 위경련에 쓰는 생약으로 약국에서 판매하는 위장약 설명서를 읽어보면 현호색이 쓰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계곡 중턱에서 족도리풀을 만났어요. 꽃모양이 전통혼례식 때 신부가 쓰는 족도리를 닮았다고 해서 족도리풀이라고 부르는데, 매운 맛이 감도는 뿌리부위를 세신(細辛)이라는 생약으로 사용해요.
기관지 천식이나 비염을 치료하는 약용식물입니다. 1981년 개정판 생약학교과서에서 세밀화(細密畵)로 본 족도리풀꽃을, 2023년 사월의 숲속에서 실물로 처음 만난 기쁨은 너무 커서 ‘환희로운 마음’ 그 자체였답니다. 유레카의 기쁨이었어요.
동식물의 정확한 동정 및 식별방법은 사진보다 세밀화로 확인하는 것이 더욱 정확하다고 해요. 세밀화는 동물과 식물의 모습과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리기 때문에 정확한 식별이 가능하다고 해요.
약국 서재에서 40여년 된 생약학교과서를 찾아보았어요. 족도리풀꽃이 빛바랜 교과서에서 정교한 세밀화로 반겨주고 있었어요. 저는 이 낡고 빛바랜 생약학교과서가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의 약 교과서와 닮았다고 생각하며 잘 간직하고 있어요.
사월의 숲속에는 잎은 미나리잎처럼 생겼고, 꽃은 냉이꽃을 닮은 미나리냉이꽃도 반겨주고 있었어요.
꽃말은 ‘당신에게 모든 것을 맡깁니다’라고 해요. 더불어 온전히 내어주는 어머니의 마음(Mother’s Heart), 빈자의 약국(Poor Man’s Pharmacy)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신록으로 청정하게 물들어가는 사월의 숲속에서 현호색이 불러주는 종달새의 노래를 듣고, 계곡에 흐르는 은하수 같은 별꽃을 바라보며, 거기 서 계신 냉이꽃 같은 어머니의 마음을 발견하고, 약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빈자의 약국이 되어 치유의 생약을 내어주는 그 곳에 서 오래 오래 머물고 싶었습니다.
사월의 숲속은 잔인하지 않았고, 만물을 살리는 어머니의 마음, 소생(蘇生)의 기운이 가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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