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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언 천지天池의 빙원을 밟고
사월의 신부처럼 내가 걸어 들어갔을 때
아득한 봉우리 너머로 하얀 날개를 펴 드는 은빛 눈새
그대였던가,
어느 날 말없이 내 곁을 떠난 그대였던가
저물녘의 자작나무 눈밭에 긴 허리를 누이듯
기억 속의 아픈 빗금들 총총히
새벽 별빛으로 스러져 가기를
스러져 잊혀지기를…
끝날 줄 모르는 유랑의 길목마다
언뜻언뜻 다가서는 내 안의 그대
오늘 이 저무는 백두의 하늘 끝에
소지 올리듯, 소지 올리듯 날려 보낸다
젖은 날개 퍼덕이며 울던
젊은 날의 시퍼런 공명共鳴 둥둥 북소리로 울려 놓고
다시는 떠돌 일 없고
더 날아오를 높이도 없는 천상에 고향을 두고
우리 너무 오래, 멀리 떠돌았구나
떠돌고 있었구나.
선두를 인솔해 가면서 곧 뒤따라오라던 가이드의 당부도 잊은 채… 아차, 하고 뒤돌아서면서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던 그날의 황홀한 파노라마, 그 선경에서 건진 시가 바로 「은빛 눈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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