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이리모현초등학교장 임미성(시인, 국어교육학 박사) | | ⓒ 익산신문 | 우리 학교 발령 첫날, 학교 주변 사거리에서 네 분의 학부모님들을 만났습니다. 아이들의 등굣길 안전을 위해 우리 학부모님들께서 교통 도우미 활동을 해주고 계십니다. 참 고마운 일입니다.
가족들 챙기기도 바쁜 아침에 봉사해주시는 것은 우리 학부모님들의 마음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웃과 함께 도우며 아이를 기르자고 시간과 마음을 내어주시는 것입니다.
“인다라의 하늘에는 구슬로 된 그물이 걸려 있는데 구슬 하나하나는 다른 구슬 모두를 비추고 있어 어떤 구슬 하나라도 소리를 내면 그물에 달린 다른 구슬 모두에 그 울림이 연달아 퍼진다 한다.”
박노해의 시 ‘인다라의 구슬’첫 구절입니다. 우리 학부모님들의 아침 봉사활동처럼 우리가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한 명 한 명 빛나는 존재라는 뜻입니다.
이 시와 함께 떠오르는 책이 있습니다. 헬레나 노르베리-호지(Helena Norberg Hodge,스웨덴)의 『오래된 미래』입니다.
저자는 언어학자이자 환경운동가로서 1970년대 중반 라다크(Ladakh) 지역을 연구하는 동안 그들만의 온화한 가족공동체와 유대 관계를 통해 삶의 방식이 크게 영향 받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저자는 라다크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통해 무분별한 개발과 획일적이고 단일한 문화, 살인적인 경쟁에 몰입하게 되는 서구 산업 문화의 심각성을 알렸습니다.
우리 서로를 연결해 주는 힘이 모여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고, 방향이 옳다면 매우 인간적인 속도로 함께 도우며 살아갈 수 있으며, 개발과 경쟁 대신 더불어 사는
삶과 공동체를 복원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미래를 살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공동체적 삶과 인간적인 속도에서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이 연상됩니다. 미국 로봇공학자인 한스 모라벡(Hans Moravec)의 말로 인간에게 쉬운 일이 컴퓨터에게는 어렵고, 인간에게 어려운 일이 컴퓨터에게는 쉽다는 역설입니다.
컴퓨터가 대단한 능력과 빠른 속도를 가졌다고 해서, 과연 사람을 대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무엇보다도 사람이 컴퓨터와 가장 다른 점은 존엄한 인간 자체가 ‘목적’이라는 점입니다.
인공지능이 바둑이나 게임을 넘어서 시와 소설을 쓰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하나, 그 기계들은 사람을 위해 일하는 ‘훌륭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교육은 사람을 목적으로 합니다. 사람을 위한, 사람답게 성장하여 ‘사람꽃’을 피우도록 돕는 것이 교육입니다.
경쟁이 아닌 협력을 통해 함께 배우고, 스스로 실천하며, 삶의 힘을 기르도록 교육환경을 조직하고, 교육과정을 생성하며 성찰하는 것이 학교 교육의 큰 얼개입니다.
선생님들은 학생의 삶을 중심에 두고 따뜻하고 바른 인성·인권 교육과 교육과정 전문가로서 교육을 담당합니다.
지역사회는 학교 밖의 커다란 학교입니다. 아이들이 학교 밖에서 만나는 모든 어른은 또 다른 선생님입니다.
지역사회 어른들의 말과 행동을 우리 아이들이 매일 복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들도 익숙하게 보아온 대로, 들었던 대로 말하고 행동하기 쉬운데, 아이들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모쪼록 우리 익산이, 우리가 속한 공동체가 사람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의 둥지가 되길 소망합니다.
우리가 먼저 인사하면, 아이들도 웃으며 인사합니다. 우리가 스마트폰 대신 책을 읽으면, 아이들도 책을 읽습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도우면, 아이들도 신이 나서 돕습니다. 함께 돕는 교육공동체가 익산의 각 학교에서 펼쳐지길, 익산시가 교육으로 빛나는 날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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