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이태현 고원공간정보 부회장·전 무주부군수 | | ⓒ 익산신문 |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은 필연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논문 발표가 있었다.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많은 국민은 새 대통령에 새로운 기대를 걸고 지지를 보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스스로 지지를 철회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대통령은 신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의 기대치에서 점차 벌어지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다. 우리나라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 역대 대통령 중 긍정과 부정 평가에서 처음 임기를 시작할 때와 퇴임 때 극한적으로 벌어진 대통령은 김영삼 대통령이다. 취임 당시 71%의 지지율이 5년 차에서는 6%까지 떨어졌다.
김대중 대통령도 취임 당시에는 71%의 지지율이었지만 5년 임기를 마칠 때는 24%로 내려갔다. 박근혜 대통령은 42%로 시작해 탄핵 직전에 5%로 마감했다. 역대 대통령 중 최대로 낮은 지지율이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도 임기 첫해에 긍정평가 83%까지 오르기도 했는데 퇴임 때 41%였다. 그렇지만 역대 대통령들이 말년에는 20% 이하의 지지율을 기록한 경우가 많았던 데 비하면 매우 높은 지지율이다.
반면에 현 윤석열 대통령은 어떤가. 20~30%대로 퇴임 직전의 지지율 같다. 앞으로 갈 길은 먼데 지지율은 더 하락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데 갈 길이 멀어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의 요즘 심경이 일모도원(日暮途遠)이 아닐까 싶다. 임기 6개월을 넘겼는데도 국민에게 내세울 만한 국정 성과가 없으니 말이다.
국내외에서 하는 일마다 실수와 욕설이고 우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다고 많은 국민이 혀를 내두른다. 보수 기득권층의 맹목적인 지지는 있지만 중도층과 진보층의 지지는 냉랭하고 싸늘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인사 실패가 첫 번째 원인이다. 정부의 중요한 부서에 검사들을 대거 배치하여 많은 국민이 실망했다. 두 번째는 30여 년 가까운 공직생활 중 범인만 수사하는 검사만 했을 뿐 국정 경험이 전혀 없음은 물론 자질이 없고 무능하다는 평가다.
멀쩡한 청와대를 놔두고 처음 약속한 광화문도 아닌 용산 국방부 청사로 수천억 원의 국고를 낭비하며 집무실을 옮겼다. 소통을 강조했는데 출근하며 도어스테핑 빼고는 정작 소통다운 소통은 없다.
중국 사기(史記)의 ‘오자서열전’에 ‘일모도원 도행역시(日暮途遠 倒行逆施)’란 말이 나온다. 춘추전국시대 정치가 오자서로부터 유래했다.
오자서 집안은 명문가로 6대째 초나라에 충성을 바쳤다. 그런데 모함을 받아 자신의 아버지와 형을 초나라 평왕이 죽이자 그 원수를 갚기 위해 오나라로 도망가서 권토중래했다.
마침내 오나라 군사를 이끌고 초나라로 쳐들어 가보니 이미 평왕은 죽고 없었다. 오자서는 평왕의 시신을 무덤에서 파내어 무려 300대에 이르는 매질을 했다.
이때 친구였던 신포서는 오자서를 향해 “한 때 평왕의 신하로서 그 시신을 욕되게 하였으니, 이보다 더 천리에 어긋나는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하며 힐난했다.
그러자 오자서는 “해는 저물어가고 갈 길은 멀어 도리에 어긋난 짓을 할 수밖에 없다(일모도원 도행역시, 日暮途遠 倒行逆施)”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는 필부의 초조함이 배어 있다. 누구라도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면 조급해지기 마련이다. 조급해지면 실수하기 마련이다. 몸은 늙고 쇠약한데 아직도 해야 할 일은 많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어느새 11월로 접어들었다. 올해도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갈 길은 아직도 멀었는데 해는 서서히 기울어지는 상황이다. 세월을 이길 장사는 없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 없는 현실은 그래서 안타깝기만 하다. 누군들 일모도원, 이 말이 와닿지 않겠는가.
육체는 자연의 이치에 따라서 늙어가고 마음에 그대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것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세월이 무상하고 슬퍼지게 하는 것에 한탄만 하고 있어서도 안된다.
그래서 사람들이 더 나이가 들어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는 ‘일모도원’의 세월에 아쉬운 마음을 갖는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