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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닷가에 누가 써놓고 간 말 썰물진 모래밭에 한줄로 쓴 말 글자가 모두 대문짝만씩해서 하늘에서 읽기가 더 수월할 것 같다
정순아보고자퍼서죽껏다씨펄.
씨펄 근처에 도장 찍힌 발자국이 어지럽다 하늘더러 읽어달라고 이렇게 크게 썼는가 무슨 막말이 이렇게 대책도 없이 아름다운가 손등에 얼음 조각을 녹이며 견디던 시리디시린 통증이 문득 몸에 감긴다
둘러보아도 아무도 없는 가을 바다 저만치서 무식한 밀물이 번득이며 온다 바다는 춥고 토막말이 몸에 저리다 얼음 조각처럼 사라질 토막말을 저녁놀이 진저리치며 새겨 읽는다
정양 시인의 「토막말」이라는 시처럼 바닷가에서나 아니면 어느 단풍 드는 나무 밑에서 욕 한 사발 부려놓으면 어떨까. 얼마나 보고 싶으면 사랑했던 사람의 이름을 아무 곳에나 적어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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