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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가 친다. 유리창에 무명(無明)으로 뻗은 길이 보인다. 길은 뱀처럼 꿈틀거린다. 소리치는 바람, 은사시나무 가장귀에 매어달린 바람은 등 뒤에서 일제히 비수를 던진다. 소리 없이 허공에 꽂히는 칼끝에서 하얗게 피 흘리는 길, 하얗게 절명(絶命)하는 길을 따라 바람을 따라 휘파람새가 날아간다. 새는 부리 가득 한 장의 어둠을 물고, 어둠의 뒤에서 한 송이 만다라화(曼陀羅華)가 핀다. 번개가 친다. 유리창에 어룽지는 꽃잎, 만다라화 넓은 꽃잎이 뚜욱 뚝 시들어 여섯 가닥의 길이 탄다. 여섯 개의 하늘이 열린다.
* 여섯 개의 하늘 : <佛> 욕계(慾界)의 여섯 하늘. 六慾天.
이 시를 읽으면 무슨 정갈하고 얇디얇은 금은의 쇠붙이가 서로 부딪는 듯한 환청의식을 갖게 한다. 사물의 음성적 언어의 결합을 민활하게 시로 구성해 놓은 듯한 연금술사로서의 시인의 재능을 엿보게 하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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