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송태규 시인 | | ⓒ 익산신문 | 교장 재직 시절이니 벌써 5년 정도 지난 이야기다. 당시 타 시도 교감 선생님들 대상 진로지도 연수 특강 강사로 초청받았다. 이틀 강의라 타지에서 하룻밤을 머물게 되었다.
마침 또 다른 강의를 하기 위해 온 젊은 교수 한 분과 일행이 되어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대화가 무르익어 갈 무렵, 얼마 전에 체험했던 고공강하(텐덤 스카이다이빙) 영상을 보여주며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한 가지를 실천했다고 자랑삼아 말했다.
잠시 시간이 흐른 뒤 마주 앉은 교수가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교장 선생님, 방금 버킷리스트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사실 버킷리스트라는 말보다 드림 리스트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요?”
그의 말은 이랬다. “버킷리스트는 내가 죽고 나면 이루지 못했던 목록(List)에 적힌 일들을 가족이나 지인들이 대신 이루어 달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내가 살아있는 동안 해보고 싶은 것들은 버킷리스트보다는 드림 리스트가 더 적격이 아닐까요?”라고.
버킷리스트는 중세 유럽에서 자살이나 교수형을 진행할 때 목에 줄을 걸고서 딛고 있던 양동이를 발로 차내던 (kick the bucket) 관행에서 유래했다.
2007년 ‘잭 니콜슨’(에드워드 콜 역)과 ‘모건 프리먼’(카터 챔버스 역)이 주연한 〈버킷리스트(The Bucket List)〉를 영화로 제작하면서 많은 이의 입에 오르내렸다.
커다란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은 말기 암 환자 둘이 죽기 전에 꼭 해야 하는 일과 그들이 하고 싶은 일의 목록을 작성하여 여행을 떠난다. 둘은 같이 스카이다이빙을 하고, 셸비 무스탕을 운전한다.
전세기를 타고 북극 위를 비행하기도 하고, 근사한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한다. 인도의 타지마할을 방문하고, 중국의 만리장성에서 오토바이를 몰기도 하고, 아프리카의 사파리에서 모험을 즐기기도 한다.
그렇게 많은 것을 이루었지만 둘은 가족과 화합하지 못하고 서로 상처를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곡절 끝에 가족의 곁으로 돌아가지만 결국 카터는 암이 악화하여 수술대에서 숨을 거두고 만다.
카터가 숨을 거두면서 이루지 못한 것을 살아남은 에드워드가 하나씩 실행하면서 그 목록에서 지워나간다.
물론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들을 적은 목록이라는 의미로 버킷리스트를 널리 사용하고 있지만, 영화의 줄거리에서는 내가 못다 이룬 것들을 살아남은 자들이 이루어 주기를 바란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그러니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에 꼭 해보고 싶은 목록을 적고 실천해가는 것을 ‘꿈의 목록’ 즉 ‘Dream List’라 부른다면 훨씬 그 의미가 깊어지지 않을까.
교장이 되고 나서 해마다 학생들에게 특강을 했다. 문득 당시 들려주었던 나의 ‘버킷리스트’, 아니 ‘드림 리스트’가 생각났다.
매년 책 30권 이상 읽기, 외발자전거 타기, 1년에 10회 이상 철인 3종 완주, 드럼 연주, 스카이다이빙 라이선스 취득, 중국 고비사막 마라톤 완주, 헌혈 500회 등.
그 가운데 서너 가지는 이미 목록에서 지웠다. 여전히 진행 중이거나 가슴속에 꿈으로 남아있는 것들도 있다.
살아가면서 해보고 싶은 또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그 꿈에 도전하고 성취하는 과정이 커다란 의미로 다가오지 않을까. 계획만 그럴싸하게 세우고 여태 이루지 못한 내 드림 리스트 실현을 위해 오늘은 무슨 일을 하는지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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