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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화분에 비가 내린다 누군가의 두개골 같은 화분에 비가 내린다 전속력으로 내린다 델 것 같이 뜨겁게 내린다 손톱을 거꾸로 세우고 비가 내린다 불이 내린다 마당 한가운데 오로지 화분에게만 도착하는 비 투명한 머릿결이 화분 속으로 곤두박질친다 비가 자란다 수북수북 비가 자란다 저곳은 내가 모르는 비의 서식지 쏟아지는 비가 화분을 키운다 화분이 자란다 속성으로 자란다 이미 뜨거워진 씨앗의 심장을 관통했구나 저 화분이 가진 것 저 빈집이 가진 것 화분이라는 이름을 뒤집어쓰고 종일 비를 맞는 저, 모든 생명이 내리는 비를 받아 대지에서 움트는 것이듯, 이 시에서 화분은 단지 버려진 채 비를 맞고 있는 것이 아니라 씨앗이라는 우주적 존재 사건을 품은 존재자였던 것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포유류의 생의 첫 보금자리인 자궁도 이 화분이 갖는 근원적 의미와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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