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악, 겨울 골짝을 걷다 찔레 덧가지를 얻었습니다 별빛에 얼어 낮달에 녹고 눈발에 얼어 저녁놀에 녹으며 풍경을 넘는 붉은 발가락, 억년을 걸었는지 뜨겁습니다 찾아오는 바람인 듯 돌아가는 꿈길인 듯 만해사에 드니 왕말벌 한마리 죽어 법당을 무덤으로 삼고 적막합니다 찔레, 말벌을 만나러 오던 먼먼 눈빛인지 약속이었는지 찬란한 그물에 걸리는 향기, 염주알로 익었습니다 서로에게 한짝 신발이었을 생, 고맙습니다 참 붉습니다
“돌아가는 꿈길인 듯 만해사” 법당에 들어서니, 하필 “왕말벌 한마리 죽어” 있다. 시인은 순간 찔레가 “억년을 걸”어 말벌을 만나러 오고 있었다 생각한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서로에게 한짝 신발이었을” 인연을 시인이 맺어준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