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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는 누구나 웅크리는 법을 알게 된다
고기잡이배들이 해안선을 그렸다가 지운다 해변에 오면 사람들은 신발을 벗어 들 준비가 되어 있다 벗어 둔 신발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신발을 생각하지 않는다
수평선은 수평선에게 파도는 파도의 기분으로 나를 밀어내고 있었다 밀려가고 있었다
모래처럼 부서진 기분을 뭉쳐 파도에게 주었다 웅크린 몸을 펴 벗어 둔 신발을 집어 들면 맞잡은 두 손에도 계절감 같은 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대로 괜찮다 바다에서 돌아와 바짓단을 펴면 아는 낱말의 수만큼 밤이 되겠지 파도가 내게 모래를 한 움큼 넣어 주었다
바닷가에서 파도를 마주하면 나는 작아진다. 파도가 밀려오면 함께 밀려나고, 파도가 밀려가면 다시 파도를 따라간다. 파도의 기분이 나의 기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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