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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었네 미세먼지가 씻겨 간 오후 외투에 툭, 떨어진 햇살 한줌 물컹했네 잠시 병(病)을 내려놓고 걸어 다녔네 시청과 시립미술관이 까닭 없이 멀었네 정동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해 기우는 서촌에서 부스럼 같은 구름을 보았네 물고기는 허공이 집이라 바닥이 닿지 않는데 나는 바닥 말고는 기댈 곳 없었네 가파르게 바람이 불어왔네 내 몸으로 기우는 저녁이 쓸쓸했네 쓸쓸해서 오래 머물렀네
해지는 저녁 시인은 아픈 몸을 이끌고 혼자 밥을 먹고 거리를 걷는다. 부스럼 같은 구름과 햇살 한 줌, 불어오는 바람. 이보다 더 쓸쓸할 수 있으랴. 그렇다, 인생은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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