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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을 품고 살았다.
낱말 뒤에 숨은
비천한 얼굴 지우기 위하여
누군가 고무신 품고
주인 기다렸다는 종놈처럼
낱말의 끝을 붙들고
낱말의 위세에 눌려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햇볕이 무늬처럼 내려오는 때
안주머니에서 나와
몸 푸는 낱말들의 행진
찢어진 살 여미지도 못한
문드러진 영혼 안고
세상 향하여 삿대질하듯
머리 풀고 있었다.
잠들지 못한 꽃밭의 울림
억측이 난무하는 비경에서
낱말들은 남루한 옷을 벗는다
낱말의 위세에 눌려 살아온 그의 시가 옷을 벗고 이제 우리에게 묻는다. “우주를 끌어안을 수 없는 문자는 생명을 가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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