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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열이틀을 꼼짝없이 앓고 나니 사는 게 꼭 귀신의 일만 같다
스물여덟 해 전이었던가 여인숙 앞마당 요강에 눈이 소복이 담기던 입춘 아침
차비가 없다던 그 사람은 무사히 돌아갔을까 여태 소식 모를 사람
입안이 비릿하다
어치가 몇 남지 않은 산수유 열매들을 쪼고 있다
이 시는 심장에 칼을 꽂듯 치명적이다. 심하게 앓다가 일어난 어느 날의 심상을 그린 것 같은데 묘사를 넘어 치명적인 미학을 성취했다. 멋진 시다. 요설로 가득한 세상 한복판에서 단아한 시 한 편을 만나는 기쁨. 그 기쁨을 오늘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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