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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민 시인의 문화 산책】도라지꽃밭 - 이윤학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입력 : 2021년 08월 20일(금)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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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어놓은 껌 종이를 펴 냄새를 맡곤 하는 소녀에게

도라지꽃이 피어난 꽃밭 앞에 쭈그려 앉은 소녀에게

아직도 집 떠난 엄마 냄새가 나냐고 물으려다 말았다

이곳은 두 마리 분의 개똥을 내다 버린 공터였다 말을

못하는 막내이모를 위해 돌아가신 할머니가 만든 도라지

꽃밭이었다 흰색 보라색 낮 별들이 무슨 죄를 짓고

하늘에서 추방된 곳이라 소녀에게 말할 수 없었다

새카만 말들을 만드는 벌을 받는 곳이라 말할 수 없었다

까맣게 탄 소녀의 얼굴이 눈물범벅이 되었다

한순간만 기억나는 뙤약볕이 이 세상에 존재했다 활짝 핀 낮 별들이

붉은 눈을 비비며 우는 소녀와 태양뿐인 하늘을 지켜보았다

이 시는 정(情)과 한(恨)이 교차한다. “집 떠난 엄마”나 “말을 못하는 막내이모”, “돌아가신 할머니”처럼 가까운 사람의 부재가 한이라면, 이를 안타깝게 지켜보는 시인의 시선은 정이다. 도라지꽃밭은 떠난 엄마와 돌아가신 할머니, 키우던 개에 대한 그리움의 공간이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한편의 동화 같은 시다.

 

 

마스터 기자  ik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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