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송태규 원광중 교장. | | ⓒ 익산신문 | 지난주 일이다. 엎친 데 덮친다더니 그날이 그랬다. 오전에 교육청에서 손님이 오기로 했다. 급히 마무리해야 할 칼럼 원고도 있었다. 거기에다 행정실 신규 선생님 선발 면접까지 겹쳤다.
여러 명 가운데 한 사람을 뽑는 것은 그리 쉬운 과정도, 유쾌한 일도 아니다. 참 조심스럽다. 누군가의 삶을 온통 뒤흔들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럴 때마다 지원자를 평가할 내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다.
면접 시간이 다가왔다. 지원서를 꼼꼼하게 살피고 있었다. 선생님이 교장실 문을 두드렸다. 나이 지긋한 선생님이었다. 막 교실에서 나왔는지 교재를 든 채였다. 비에 젖은 병아리 모습을 한 학생 두 명이 고개를 숙이고 따라왔다. 순간, 이 녀석들이 말썽을 부렸구나. 대체 무슨 일을 저질렀기에 교장실까지 데려올까 생각했다.
선생님이 입을 열었다. “교장 선생님이 예뻐하는 녀석들입니다. 이놈들이 계속 과제도 안 해 오고 떠들기만 해서 데리고 왔습니다. 따끔하게 지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서류를 덮고 선생님께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은 돌아가고 두 녀석을 자리에 앉혔다.
마스크로 온통 얼굴을 가리고 눈만 빼꼼해서 누군지 얼른 알 수 없었다. 시원한 물 한 잔씩 건네며 마스크를 내리라고 했다. 옳거니, 너희들이었구나. 이따금 불쑥 교장실에 와서 인사를 하고 가는 학생들이라 낯이 익다.
들고 온 노트는 낙서가 훨씬 많았다. 염치가 없는지 내 얼굴을 바라보지 못했다. 저희가 잘못한 것을 알고 있었다. 이런 학생은 꾸중하기보다 잘 달래야 한다.
고개를 들게 해서 지그시 눈을 맞추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보았다. 무슨 일을 했는지 깨닫고 뉘우치게 하는 것이다.
잠시 후 스스로 잘못했다고 입을 열었다. 눈망울에 앞으로 잘할 거라고 반성하고 미안해하는 모습이 보였다. 선생님을 실망하게 하면 안 된다고 다독였다. 속마음이 급했지만, 학교생활은 어떻고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교육 현장에서 혼내야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매번 목소리를 높이며 혼을 내면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반성은 그만두고 반항심을 키우기도 한다. 목소리를 높이는 대신 잘 타일러야 한다.
눈을 쳐다보며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여 보자. ‘너를 믿는다.’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지?’ 그런 마음을 눈빛에 담고서. 시간이 지나면서 둘 다 얼굴이 펴졌다. 탁자에 준비한 사탕과 과자를 듬뿍 쥐여 주고 토닥였다.
학교에는 수많은 꽃이 있다. 모양도 크기도 색깔도 모두 다르다. 활짝 피는 꽃이 있다. 한쪽에는 시들부들 어깨를 늘어뜨린 꽃도 있다. 선생님은 어떤 꽃을 선택하거나 어떤 꽃을 제쳐두지 않는다.
맡은 학생이 탐스러운 봉오리를 맺도록 정성을 다해서 물을 주고 벌레를 잡아준다. 꽃을 피우는 일을 선생님에게만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 선생님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치부해서는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
선생님 혼자서 돌보다가는 지쳐 쓰러지기도 한다. 이따금 학생의 문제가 교사의 문제로 번지기도 한다.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어깨를 겯어야 한다. 관심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선생님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 한 마디가 학생의 삶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 교직이 지닌 커다란 매력이다.
교장실을 나서는 학생들을 꼬옥 안아주었다. 그날은 오전부터 일이 밀렸지만, 녀석들의 뒷모습을 떠올리면서 바쁜 일과를 마무리했다. 함께 가야 하는 선생님과 학생이 있어 초여름 하루가 내내 훗훗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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